국제자유도시 언어 경쟁력-말레이시아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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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수상이 영어교육에 앞장
'영어 사용은 식민지배 잔재' 명분 20년 전 영어 공용어 폐지
최근 복위 운동…수학·과학수업 영어로
독립후 말레이어 교육 치중 취업 경쟁력 약화
마하티르 前 수상 "모든 교육을 영어로' 제안


말레이시아의 경쟁력은 콸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피부로 느껴진다.
우리를 처음 맞은 것은 ‘슬라맛 다탕(Selamat Datang)’이란 대형 글씨다.
‘환영’이란 뜻을 지닌 말레이 단어다.
‘아시아의 진수, 말레이시아(Truly Asia Malaysia)’는 이렇게 시작된다.
우선, 공항 입국심사에서 놀라움을 느낀다.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분류하여 심사하는 것은 여느 국제공항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외국인들은 100% 여권을 들고 줄을 서서 심사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인들은 귀국할 때 여권을 보일 필요가 없다.
카드를 꺼내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심사대에 한 번 쓱 긋고는 바로 걸어 나가면 된다. 입국 심사가 마치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절차와 같이 너무나 간단하다.

이 한 장의 카드에는 여권과 주민등록증, 건강기록카드가 담겨 있다.
IT(정보기술)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 밖으로 나오면 만나는 사람마다 진정한 환대 정신에 놀라게 된다.
외국인들을 맞는 친절한 태도에서 그들의 여유 또한 읽을 수 있다.

이의 바탕은 다민족.다언어 국가를 하나로 묶고 있는, 다름 아닌 언어였다.
IT 허브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과 손님맞이 경쟁력은 영어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제1 공용어는 말레이어지만, 어느 곳을 가든 간단한 생활영어만 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선진 IT 언어인 영어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이 없다.

그런 말레이시아가 올해부터 영어 교육을 한층 더 강화하기 시작했다.
세계화시대 ‘영어를 못하면 도태된다’는 생존-실리 의식이 국민들로 하여금 영어 교육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상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10월 31일을 기해 22년 권좌에서 스스로 물러난 당시 마하티르 수상이 영어 교육 개혁을 천명했던 것이다. 그 상징적인 조치로 올해부터 초등학교를 비롯한 모든 공립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뉴스트레이트 타임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사실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영어를 꽤 잘했다 한다. 과거 200년 넘게 영국의 식민지였고, 일찌감치 영어로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민지에서 독립 후 ‘언어는 민족의 혼’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민족주의 운동이 일면서 1960년대 말 교과서는 다수 종족어인 말레이어로 대체했다. 이어 1980년대 초에는 공공기관과 법정 사용언어까지 말레이어로 바뀌면서 영어는 공용어의 위치를 잃었다.

‘영어 사용은 식민지배의 잔재’라는 명분이 먹혀들었다.
그 후 20여 년. 홍콩 경제주간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는 “다수 종족인 말레이계가 말레이어에만 충실하고 영어를 소홀히 한 탓에 다른 종족에게 취업전쟁에서 밀리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2년 4월 정부는 대졸 미취업자 4만4000명 가운데 90% 이상이 말레이계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체로 말레이어만 치중하다 보니 영어 실력이 부족해 영어 교재 비중이 80%나 되는 공대나 경제학과를 진학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자 마하티르 수상은 “모든 교과목을 영어로 가르치자”며 영어 전용 교육기관 부활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국제화 교육에 대한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하지만 중국계와 인도계의 반발이 심했다. 그 중재안으로 올해부터 수학과 과학 과목을 영어로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수출과 국외투자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때문에 영어 사용이 절실하다.
현지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5%가 영어 교육 강화에 찬성한다고 보도했다.
마하티르는 1974년 교육부장관 시절 말레이어 공영화를 주도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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