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인사비리 사건 와중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은 인사의 원칙과 공정성, 그리고 깨끗한 선거운동과 훌륭한 교육, 투명한 행정을 다짐했다.
그럼에도 선거 바로 뒷날 경찰의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 결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 후보 집에서는 돈봉투와 라면상자에 담긴 현금 1억2000만원이 발견됐다.
다른 후보 집과 사무실도 비슷했다. 현금이 들어 있는 돈봉투, 선거인 명단과 연락처.금액을 적은 장부.수첩들이 발견됐다. 향응 제공 정황도 잡혔다. 뿐만 아니라 금품 제공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후보자들의 혐의 내용은 앞으로 경찰의 수사로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만약 압수수색 당한 거액의 뭉칫돈과 돈봉투가 선거인들에게 마구 뿌려지다 남은 것이라면 이는 정말 비교육적 몰염치 행위다.
선거기간 언론사에서의 토론 등 교육정책 발표 때 입으로는 공정.원칙 인사, 깨끗한 선거, 훌륭한 후세 교육, 양심과 양식 있는 교육자로서의 투명성을 그토록 부르짖으면서도 뒷구멍으로는 돈질이요, 향응을 질펀하게 베풀었다면 이보다 더 비교육적 행위가 어디 있겠는가.
교육감 선거 당선자는 물론, 다른 3명의 후보들도 모두 평생을 후세 교육에 몸 바쳐 온 중견 교육자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교육자들이 엄청난 금품선거를 저질렀으리라고 믿고 싶지 않지만 그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니 실망스럽다.
이제 경찰은 11대 교육감 ‘돈선거’를 철저히 파헤치지 않으면 안 된다. 믿고 있던 교육계가, 그리고 믿고 있던 교육자들이, 인사 비리를 포함, 거짓말과 돈과 향응의 온상이라면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일을 보면서 경찰에 대해서만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과거 어느 수사기관, 어느 선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선거일 바로 다음날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을 벌인 민첩성과 정보 능력은 매우 놀랍다. 그와 같은 자세로 이 사건을 신속.완벽하게 수사, 제주교육계 정화에 크게 이바지해 주기 바란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돈을 받은 유권자들도 크게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얼마나 교육을 망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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