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을 생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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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26일자 주요 일간지에는 에너지에 대하여 희망과 불안의 양면을 보도하고 있다. 희망의 하나는 지난해 12월 미얀마 인근 해역에서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모 기업 사장의 인터뷰 기사로, 가스전 가채 매장량이 우리나라 가스사용량으로 치면 5~6년을 사용할 수 있는 대단한 매장량이라는 희망에 찬 내용의 기사이며, 불안한 것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하여 국내 유가가 15주째 연속 올랐다는 기사이다.

휘발유 가격은 이라크전쟁 위기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3월 둘째주 수준에 거의 도달했으며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설 연휴에 방송을 보고 느꼈던 바를 말하고 싶다. 이달 중순 서울 출장길에서 돌아올 때 반소매 차림으로 공항 로비를 당당하게 걷고 있던 두 여인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건강한 사람들이로구나 하고 지나쳤다.

왜냐하면 그날 서울 낮 최고기온이 4도를 예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나 설 전날 모처럼 연휴라 저녁시간에 집에서 TV를 보면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71년 만의 설 한파라고 하면서 최악의 귀성길에서 서민들이 고생하고 있는 시간대에 A방송사에서는 ‘무슨 무슨 만남’이란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여자 사회자의 옷차림이 나의 눈을 의심케 했다.

여름철에도 보기가 힘든 어깨가 훤히 들어나는 민소매 차림이었다. 또한 설 뒷날 저녁시간의 C방송사가 방영한 프로그램에서도 그 여자 사회자가 색깔만 다른 그 민소매 옷차림으로 나와 함박웃음을 흘리며 사회를 보고 있었다.

그날도 무척 추웠고 귀경길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시간대였다. 귀성길과 귀경길이라 시청률이 떨어질 것라고 생각하고 그랬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심야전기보일러가 들어오지 않는 초저녁시간이라 가스히터의 신세를 지고 있던 입장에서가 아니라 71년 만의 설 한파라고 말하는 방송 사회자가 여름철에나 볼 수 있는 민소매 차림으로 웃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방송사로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마음은 나 혼자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물론 그 사회자가 방송실이 너무 더워서 그랬다면은 할 말이 없지만 그 양 방송사에 출연했던 다른 사람들은 다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국가의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인상되는 에너지 가격을 보면서 나 혼자만이라도 실천하고자 차량 2부제도 해보고 있다.

그러나 나 혼자 잘난 체해 본들 무슨 소용인가. 만약에 서민의 눈과 귀에 희망을 불어넣어야 할 공인인 방송인이 한겨울 어깨가 다 들어난 민소매를 입고 나와 “에너지를 절약합시다”라고 할 때 우리 서민의 마음에 무엇이 와 닿을 것인가를 설 연휴에 느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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