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가꾸며 웃는 모습 보면 제가 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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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영 새우란협회 이사장
“예전에는 새우란 등 식물만 눈에 보였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해요. 나를 필요로 하는 식물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작은 내 힘이 그들에게 보탬이 된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29일 제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일배움터’에서 만난 김창영 한국새우란협회 이사장(53)은 원예치료 봉사활동을 하며 오히려 힘든 것보다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여 년간 한란과 춘란, 새우란, 야생화 등에 빠져 살아온 식물 전문가인 김 이사장은 2007년 원예치료사 과정을 통해 단순히 식물을 아끼고 가꾸는 것에서 벗어나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사람들이 웃음을 찾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도내 장애인시설과 양로원을 찾아 무료 원예치료 봉사활동에 나섰다.

“처음에는 찾아가는 것조차도 꺼려하던 노인분들이 손수 꽃을 심고 가꾸는 과정을 통해 웃음을 많이 찾았어요. 이제는 언제 또 오냐고 보채기도 하고요. 화분에 예쁜 꽃을 가꿔 손주들에게 선물로 준다고 성화예요.”

2008년부터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일배움터에서 운영하는 원예사업단의 자문을 맡아 화초 가꾸기와 정원 조성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이었죠. 하지만 식물을 같이 심고 가꿔가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열더군요. 이제는 제 모습만 보여도 달려들어 안기는데....거 참, 내가 다 기분이 좋아져요.”

일배움터의 최영열 원장은 “지적장애인들과 함께 원예사업을 운영하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인데 김 이사장님이 없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며 “도움이 필요해서 연락드리면 언제나 만사 제치고 달려와 주시니 너무 고맙죠.”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아무런 대가없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에 김 이사장의 봉사활동은 더욱 값지다.

“식물을 심고 가꾸면서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는데 이런 좋은 느낌을 저 혼자만 느낀다는 것은 욕심이죠. 자신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생명력을 내뿜는 화초를 보며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힘을 얻고 삶에 대한 용기를 얻는 것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고 행복해요.”

노인과 장애인의 재활과정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장기적으로 해야 되는 일이기에 김 이사장의 봉사활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제가 봉사활동 다니는 노인요양시설이나 장애인시설 인근을 지나가게 되면 저절로 발길이 옮겨져요. 괜히 커피 한잔 마신다는 핑계로 말벗도 하고 같이 식물을 가꾸기도 하고요. 그러다 밝게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내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김 이사장은 나눔을 통해 어느새 그가 사랑하는 은은한 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주는 난초를 닮아가고 있었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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