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순례가 끝나면 다시 육지로 건너가 전국을 유랑하며 10만인 평화결사 서약을 받을 계획이다.
도법 스님은 2001년 2월 16일 ‘생명.평화와 민족화합’을 화두로 1000일 기도를 시작, 지난해 11월 12일 끝난 이 기도는 새로운 형태의 평화운동 ‘지리산생명평화결사’를 낳았다.
이 평화결사에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을 우애로 감싸고, 나눔을 실천하고 끊임없이 깨어 공부하겠다는 7개 항목의 실천 서약문이 있다.
도법 스님의 탁발순례는 바로 이 서약문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탁발(托鉢)하면 선명한 기억 하나쯤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문 밖에서 목탁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부엌에서 일하시던 어머니가 보리쌀이나 좁쌀을 퍼 들고 스님이 메고 있던 회색 바랑에 부어 주시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풍경이다. 보시할 곡식이 없으면 그릇에 담긴 냉수 한 사발이면 어떤가. 그래도 목탁 소리 하나만은 청량했던 기억이고 보면.
본래 탁발은 승려들이 걸식으로 의식(衣食)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불교에서 출가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규율인 12두타행 중 걸식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여기서 발(鉢)이란 음식을 담는 그릇인 발우를 가리킨다. 때문에 수행자들은 탁발을 통해 수행의 가장 큰 적인 아집과 고집을 없애고, 보시하는 쪽에서 보면 선업을 쌓는 공덕이 된다.
12두타행에는 상행걸식(常行乞食), 차제걸식(次弟乞食), 수일식법(受一食法) 등의 조항을 두고 있다. 즉, 항상 걸식하여 먹을 것을 해결할 것, 걸식할 때는 가난한 집과 부잣집을 가리지 않고 차례로 할 것, 그리고 하루에 한 끼만 먹을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수행자는 청빈하고 검소할 때 더 그 빛을 발하는 법이다. 서산(西山) 스님은 장삼 한 벌, 발우 하나가 살림살이의 전부라고 했다.
“표주박 한 개와 누더기 한 벌이면 어디를 가나 걸릴 것이 없다”(‘선가귀감’ 중에서)는 말처럼 도법 스님이 탁발순례를 떠나는 날, 우리 모두 시주하는 마음으로 빌자. 내 마음의 생명과 평화를 그리고 버리고 떠나는 수행자의 참다운 이치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