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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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960년대 초반 상담 사례를 인용해 본다.

“남편은 매우 가부장적이다. 내가 뭔가를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어떻게 감히 여자가 남자에게 명령하느냐. 우리 어머님이 아버님한테 하는 것 못 봤느냐’며 화를 냈다. 다시 태어난다면 벼룩이라도 수컷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 후 40여 년이 흐른 2000년대 초반 상담 사례다.

“남편은 초고속 승진을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다 갑자기 퇴직했다. 사업이 잘 되지 않자 나를 폭행했다. 남편이 돈이라도 벌 때는 참아 줬는데 실직한 뒤 집에서 술만 마신다. 견디기 어렵다. 이혼하고 싶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된 이혼상담 사례들이다.

▲1956년 창립한 이 상담소는 지난해 말까지 총 100만건의 부부문제를 상담했다고 한다.

시대별 상담특징을 보면 50∼60년대 남성은 전횡을 휘둘렀고 여성은 순종해야 했다. 한마디로 제왕적 남편이었다. 70년대는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여성 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성격차이로 인한 부부갈등 상담이 늘었다. 80년대는 여성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생존’보다는 ‘삶의 질’과 관련한 상담이 급증했다. 90년대 여성은 고학력으로 사회진출이 많아졌다. 이들은 자유로운 삶을 원했다. 이혼율도 높아졌다.

2000년대는 90년대 말 외환위기 영향을 대변했다. 경제적 갈등으로 인한 이혼상담이 많아졌다. 매 맞는 남편이 더 이상 뉴스가 안 되는 시대를 맞았다.

부부갈등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 우리의 가정은 라이프 스타일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중이다. 때문에 부부갈등은 늘 잠재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갈등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음도 물론이다. 이미 이혼율이 급증하고 그에 따른 가족해체의 불행을 주변에서 흔히 보곤 한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부부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며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부부상담 전문가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장이 결혼생활이라고 말한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맘 때면 주부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명절에 푹 쉬고 재충전하면 좋으련만 마치 전쟁을 치르듯 보내야 한다. 명절 음식 준비하랴, 세배 손님들 술상 차리랴 녹초가 된다.

모두가 제 잘 난 세상이다. 해서 명절 때 남편이 할 일이 있다. 술상만은 알아서 차리는 것이다. 높아진 여성권익 우위의 시대, 우스갯소리 같지만 ‘명절 이혼’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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