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창조하는 사람 되기 전에 아름다운 마음 가꾸는 법부터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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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대 뷰티아트과 헤어전공 동아리 '뷰티닥터' 12년째 제주양로원 봉사활동

매월 첫째주 일요일 오전이면 제주양로원에 살고 있는 94명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요양원 내 재활치료실로 한사람, 두 사람씩 모이기 시작한다.

이들의 오늘 화제는 ‘머리염색’이다. 노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매월 한 번씩 이곳을 찾아 머리염색을 해 주거나 머리를 다듬어 주는 반가운 손님을 기다린다.

김춘일 한라대학 뷰티아트과 교수와 재학생, 졸업생 등으로 1998년 구성된 헤어전공 동아리 ‘뷰티닥터’는 10여 년 동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환자 등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직접 찾아다니며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미(美)를 창조하는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도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어야 해요. 장차 뷰티 아티스트들로 성장할 학생들에게 남을 돕는 아름다움 심성을 심어 주고 싶었습니다.” 김 교수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사실 이 일이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그냥 당연하게 해 오던 일이니까요. 오히려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죠.”

봉사활동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학생 자신들의 몫. 이들은 매월 일정금액을 모아 재료비와 간식비, 교통비 등을 충당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이곳에 오면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다며 오히려 고마워했다.

12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문화씨(24)는 이날만큼은 파트타임도 제쳐두고 이곳을 찾는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봉사활동을 하면 몸이 피곤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늘 반갑게 맞아 주셔서 막상 일을 시작하면 즐겁게 일하게 되더라고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도 나서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도 생기고요.”

봉사활동을 통해 쌓은 실무 경험을 통해 일찌감치 해외 취업에 성공한 문정호씨(26)도 옆에서 거든다.

“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 나가면 ‘보조’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다른 사람 머리를 제대로 자르기 위해선 3년은 족히 걸리죠. 그런데 여기서는 스타일링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해야 하니까 실무 경험을 쌓는 데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반응은 어떨까.

“좋은 걸 뭘 말로 다해. 보기 싫은 흰머리 예쁘게 해 주고, 10년은 젊어보이게 해 주니 안 좋겠어?”

거동이 불편한 오영자 할머니(88)는 ‘뷰티닥터’의 단골손님. ‘머리는 이렇게 잘라 달라, 색깔이 진한 건 아니냐 ,파마도 해 달라’ 요구사항도 많다.

이제는 자주 보다보니 익숙해져서 그러리라. 그러나 정작 오 할머니는 정작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이름이 뭔지도 잘 모른단다.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10년 이상을 한결같이 찾아 왔다면 이름 한 줄이라도 알 듯 싶지만 이곳의 노인들은 아직도 누가누구인지 가물가물하다며 웃기만 할 뿐이다.
그저 “고맙다며,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꼭 잡은 두 손을 놓지 못할 뿐...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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