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 문화와 연결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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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아쉬운 것
이성휘 논설위원/한국게임산업 연구소장


제주일보에서 국제자유도시로서 제주도의 영어 사용의 효과적인 접근을 위하여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동남아 몇 개국을 현지 취재한다는 계획을 알고 곧바로 통역 및 안내 자원봉사를 지원하였다.

필자는 어문학을 전공한 학자도 아니고 취재나 인터뷰에 능한 재주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평소 국제자유도시 건설이라는 명제 하에 제주도민으로서 답답하였던 한 부분을 다소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에서 젊은 날 필자의 주 일터인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취재 여행에 동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취재팀장의 꼼꼼한 여정 배분, 전체적인 흐름과 주제에 따른 질문사항, 매일 하루에 10여 명에 이르는 각계각층을 망라한 인터뷰이 등 그 치밀한 준비에는 필자도 혀를 내두를 만큼 완벽하게 구성이 되어 있었다.

준비할 충분한 시간적인 여유를 가졌던 것은 당초에 취재여행을 계획하였던 기간이 바로 동남아시아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창궐하던 기간이어서 몇 개월 늦어진 탓이기도 하리라.

조금이라도 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실적인 필요성에 치중한 인터뷰, 그리고 우리네 생활에 정서적으로 부합되는 뜻의 전달, 모든 것이 그냥 비즈니스 그리고 사교영어에만 익숙한 필자에겐 항상 긴장됐고 인터뷰를 하는 기자가 요구하는 답변인가 하는 점을 항상 확인해 가며 진행해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쁜 여정도 아니요, 어려운 전문적인 용어를 통역해야 하는 것은 더욱 아니고 취재를 하는 기자들의 마인드가 필자가 외국어를 구사하는 도민으로서 일반 도민이 생각하는 언어의 문화적 접근에 대한 우려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필자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우리 도민의 외국어에 대한 인식은 바로 다름 아닌 외국어를 배우면 문화적 침략을 당하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언어는 하나의 삶의 도구이다.

효과적으로 그리고 빠르고 정확하게 나의 의사를 남에게 전달하는 수단이 곧 언어이기 때문에 문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뒤집어 보면 문화란 우리만이 지키고 있어서는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고 본다.

그러면 이 문화를 남에게 알리는 기능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홍콩에서는 20%의 고학력의 국제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과 80%의 일반인(영어를 전혀 못해도 삶에 지장이 없는)이 국제자유 무역항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금 커 가고 있는 중국의 정책은 무엇인가. 지방에서 통용되는 방언은 생활언어, 수도인 베이징의 표준어인 보통화는 행정언어, 그리고 영어는 비즈니스언어로 자리잡고 있으며 영어를 구사하는 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는 다인종 국가로서 인종마다 다른 언어를, 때로는 방언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리고 식민시대에 제정된 국가 시스템이 그러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용하고 있다고 본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외국어 특히나 국제 비즈니스언어인 영어의 사용은 어떠한 형태이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언어는 쓰이는 지방마다 특징있는 억양과 언어습관으로 인하여 토착화되어 가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예컨데 싱가포르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매우 독특하다. ‘싱글리시’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말은 어법은 영국식인데 그 발음이 중국어 억양, 그것도 복건어의 억양을 매우 많이 닮아 있다.

그리고 미국인 하와이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그 어법 자체가 기이(?)하다. ‘피전’이라고 불리는 이 사투리는 이제 자메이카에서 흑인들이 사용하는 것과 더불어 대표적인 영어 사투리이다. 뿐만인가. 호주의 영어와 영국의 그것과도 다르고 캐나다의 언어와도 다른 것이다.

우리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기 위하여 그 한 방법으로 외국인의 투자, 생활, 관광, 교육에 필요한 영어를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사용한다면 언젠가 우리의 독특한 영어가 생겨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젱글리시’ 정도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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