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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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미국생활을 하면서 특이한 미국의 국경일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는 2월 셋째주 월요일을 ‘대통령 기념일(President’s Day)’로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링컨 대통령과 워싱턴 대통령의 생일인 2월 12일과 22일 중간을 설정하여 기념하는 날이다.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미국사람들은 어지간히도 자신의 대통령을 존경하고, 기억하고 싶은 모양이다.

특히 미국의 길 이름 중에는 사람 이름이 유독 많다. 가장 많은 이름은 우리도 잘 아는 링컨이란 이름이다. 그리고 링컨이란 이름 못지않게 많은 이름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꼽히는 워싱턴이다. 미국 사람들은 좀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이다 싶으면 도시와 길에다 이름을 붙여주는 것 같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43대 대통령이 배출됐다. 워싱턴 DC의 관광명소가 집결되어 있는 ‘몰(Mall)’공원에는 워싱턴 기념비, 제퍼슨 기념관, 링컨 기념관이 있다.

조지 워싱턴(초대)은 건국의 아버지란 점이, 토머스 제퍼슨(3대)은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안했고 루이지애나 지역을 프랑스로부터 사들여 국토를 2배 가량 넓힌 점이 각각 평가됐다고 한다.

아브라함 링컨(16대)은 남북전쟁 당시 분열의 위험을 극복하고 미국 연방을 살려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모두가 지극히 미국과 미국인의 관점에서 선정한 ‘위대한 위인’이다. 우리에게 노예 해방으로 잘 알려진 링컨 대통령조차도 남북전쟁 당시 국토 분열의 위기를 극복한 공로가 더 높이 평가됐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로 현직 외에 여덟 분의 대통령이 지나갔다. 그러나 한 분도 여생을 평온하게 보내는 이가 없다. 한결같이 권좌에서 쫓겨나거나 피살되거나 공적인 수모를 당하거나 심지어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밖으로는 부끄럽고 안으로는 서글픈 일이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의 동상이나 기념관 하나를 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진전되면서,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쳐보았지만 대통령의 자식들은 줄줄이 전과자로 전락했다.

이달 25일이면,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한 돌을 맞게 된다. 그러나 핵심 측근들의 이런 저런 비리가 속속 드러나자, 대통령은 “눈앞이 캄캄하다”면서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건만, 연일 불법 대선자금과 각종 의혹문제로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그것으로 부족하여 특별검사에 불려가고, 또한 청문회가 생중계되는 등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이 당시 야당 후보 쪽보다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최근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한미관계, 북한 핵문제, 일본과의 독도영유권 분쟁문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현안문제가 산적해 있고, 대내적으론 실업문제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가 명예퇴직 가이드라인), 사오정(45세면 정년퇴직), 오륙도(56세가 되어서도 퇴직을 안 하면 도둑), 육이오(62세가 되어서도 퇴직을 안 하면 오적) 등 신조어가 난무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의 모태격인 민주당을 탈당했고, 많은 각료들은 앞다투어 자리를 박차고 나와 4.15 총선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 기념일’을 보면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제는 우리도 ‘존경받는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됐다는 아쉬움만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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