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미국식 경영"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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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미국경제의 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건전하고 강한 힘을 가졌다고 일컬어지던 미국경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위기는 단순히 주가와 달러의 급락문제가 아니다.

세계표준을 자처했던 미국경제의 시스템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는 미국의 신용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은 전세계 자금을 가장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유일한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이것은 막강한 경제력에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회계 및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 최대의 에너지 거래기업이었던 엔론과 정보통신업계의 강자였던 월드컴은 15억달러와 58억달러에 달하는 분식회계가 드러난 뒤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그리고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인 미국 AOL타임워너의 임원진은 지난해 인터넷 사업매출을 4900만달러 부풀려 발표한 후 보유주식을 대거 매도해 엄청난 차익을 챙긴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세계 기업들의 경영교범으로 여겨졌던 미국식 경영방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기업회계 기준의 미비, 감사인의 독립성 상실, 과다한 스톡옵션으로 CEO(최고경영자)들의 단기 성과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도덕적 해이 등이 소위 ‘엔론 사태’로 불거진 미국식 경영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기업이 엉터리 장부로 투자자를 속이고 이를 규제해야 하는 회계법인과 증권사가 한편에서 이익을 나눠 먹는 미국경제의 추악한 현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거대기업이 허망하게 몰락한 근본적인 이유는 CEO에 대한 견제장치의 미비에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오너 독재’ 체제가 빚어낸 모험경영에 있었다면, 미국의 신용위기는 ‘CEO 독재’ 체제가 빚어낸 견제와 균형의 상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기업의 CEO에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막강한 권한이 부여돼 있다.

바로 이것이 CEO 독재체제가 되어 경영정보의 독점, 의사결정과 집행권의 독점, 견제장치의 부재현상을 초래하였으며 그 결과 CEO의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시장경제의 성공은 공정한 경쟁이 필수적인 요소이며, 조직경영의 장기적인 성공에도 권한 독점과 CEO의 독재, 독주, 독선은 금물이다.

이러한 구조상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 미국에서는 회계개혁법안의 제정, 스톡옵션을 비용 처리하는 기업의 증가, CEO 보상체계의 재평가 등의 조치가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이기주의적 행태에 유효 적절한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해 경제적 효율을 극대화해 보자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적 의도이다.

이러한 자본주의 제도의 의도는 역사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이루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러한 제도가 경영자들의 행동을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유인한 것이 최근의 회계분식 사건들이다.

경영자들이 진짜 경영을 잘하려 하기보다는 회계상으로 업적을 부풀려 좀더 많은 대가를 얻고자 한 것이다.

인센티브 제도의 오작동으로 사회주의가 붕괴된 것과 같이 자본주의에서도 인센티브가 오작동해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사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 우리의 자본주의적 인센티브 제도는 과연 건전한 윤리적 기초로 뒷받침되고 있는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한다.

수 년 전 우리가 겪었던 경제위기도 한보, 기아, 대우 등의 회계 부정으로 시작됐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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