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용선거구제 논란 그 이후
여성전용선거구제 논란 그 이후
  • 김오순
  • 승인 2004.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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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선거구제’가 논란 끝에 국회정치개혁특위에서 무산됐다.

‘여성전용선거구제’란 전국의 26개 광역 선거구로 나눠 여성만 후보를 낸 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획기적인 제도다.

제17대, 제18대 국회에서만 한시적으로 도입, 세계적으로 낮은 한국여성의 정치참여율을 높이자는 취지로 정치권이 합의한 것이었다. 서울과 경기에 5개씩 광역선거구를 만들고, 부산과 경남에 2개씩, 나머지 시.도는 1개씩 광역선거구를 만들어 여성만 출마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정치권 합의 3일 만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이 선거구제도가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조치임에도 불구, 특정 성(性)을 배제해 위헌 소지가 있고, 여성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꼼수’이자 의원 수를 늘리기 위한 ‘바람잡이’였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지난해 10월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됐다. 여성국회의원 비율이 5.9%에 불과하니, 여성전용선거구 23개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등 여러 정당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그러다 이달 초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국회정개특위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의, 논의가 재개됐다. 다른 정당들도 ‘위헌소지가 없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입장을 바꾼 뒤, 지난 16일에는 정개특위 간사회의에서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여성계.시민단체는 이 제도 도입에 대해 의견이 엇갈렸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와 총선여성연대 등 여성계는 “피선거권의 차별이라는 측면에서 위헌소지는 있지만, 여성의 국회 진출을 확대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라고 환영했다.

찬성론은 열악한 여성의 정치 참여 현실을 반영한 주장이었다. 우리나라 여성은 인구의 51%를 차지하지만,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5.9%에 불과하고, 남성의원이 95%를 차지하는 현실이 양성평등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여성의원 비율은 세계 182개국 중 104위로 최하위권이며, 아시아 평균 여성의원 비율인 14%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따라서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이 같은 우리나라 여성정치의 과소(過小)대표성을 개선하기 위한 잠정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일찍이 시행해왔고, 유엔여성차별 철폐협약에도 여성의 실질적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도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지지를 보냈다.

또 지역구를 통한 여성의원 비율이 미미한 현실도 찬성론에 가세했다. 실제로 제16대 여성의원 16명 가운데 지역구 의원은 단 5명(전체 의석의 2.2%)이고, 제17대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여성도 당별로 3~4%에 뿐인 걸 고려하면 한시적.잠정적인 이 제도는 무리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도입배경 자체가 정치적 맹점을 이동시켜, 지역구 의석 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이라는 주장이다.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이뤄진 선거법 개정 작업이 ‘의원수 줄이기’로 결론난 상태에서, 이에 대한 국민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정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수는 273명(지역구 227명, 비례 46명)으로 두고, 비례대표에서 50%를 여성에게 할당하라는 것이다.

또 이 같은 조치는 선거구 입후보자는 특성 성(性)에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며, 오히려 여성을 ‘마이너리거로 취급, 능력있는 여성들의 정치권 진출을 위축할 수 있다며, 반대주장을 폈다.

그러나 여성계의 염원과는 달리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정치권 합의에도 불구, ‘없던 일’로 돼 버렸다. 여성 국회의원 0%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던 제주지역 여성계로선 다른 시.도보다 그 아쉬움이 크다.

그렇다고, 어영부영 이 사태를 두고만 볼 것인가.
여성전용선거구제는 아니라도 이미 여러 나라에서 여성정치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남녀동수 공천제를 실시하고 있고, 대만도 여성 10% 당선 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인도는 ‘3분의 1’이라는 규칙이 있어 여성공천 30% 이상을 공천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고 한다.

비례대표를 모두 여성으로 채우든지, 재협상을 하든지,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획기적인 제도를 도민들은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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