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남부권 교통 '대동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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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로의 과거와 오늘>목사행차 도로로 출발...관광.산업발전 역사적 전환기 마련
▲ 제주시에서 표선면까지 이동시간을 30분으로 단축시킨 번영로. 사진은 봉개동 사거리 도로 전경.

한라산 동쪽 중산간 지역을 가로질러 제주시와 서귀포시 표선면을 연결하는 횡단도로, 번영로.

이 도로는 조선시대 제주목에서 정의현까지 목사가 행차하던 행정도로에서 1938년 지방도로 지정된 도내 최초의 공로(公路)이자 도로의 효시다.

일주도로가 제주 전역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었다면 번영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표선면을 50분 거리로 단축시켜 산남과 산북을 잇는 대동맥선으로, 제주의 관광 및 산업발전에 있어 역사적 전환기를 마련했다.

동부산업도로에서 동부관광도로를 거쳐 현재 번영로로 명명되기까지 제주의 대동맥 기능을 하고 있는 번영로의 대역사를 살펴본다.

▲도로의 탄생=번영로는 제주시 건입동 594-2번지에서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600-3번지에 이르는 총연장 34.95㎞의 도로다.

이 도로는 평화로와 함께 도내 해안 일주도로가 개설되기 전인 조선시대 태종 16년(1416년) 제주의 행정구역이 제주목, 대정현, 정의현으로 개편된 후 목사가 행차하는 행정도로로 사용됐다.

당시 도로의 기점은 관덕정, 동문통(옛 동양극장 북쪽), 우석목거리(현 동문치안센터 북쪽), 사라봉입구 고매장 거로(현 화북2동), 봉개 동원(현 조천읍 와흘리), 대천동 성읍에 이르렀다.

일제 강점기에는 전쟁 군수물자 수송과 일본군 진지구축 등 군사용으로 이용되다가 1938년 12월 1일에는 전라남도 고시 216호에 의해 지방도로 지정 고시됐다.

그런데 1948년 제주에서 4.3사건이 발발, 중산간 지역에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사실상 도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됐다.

▲도로에 생명을 불어넣은 중산간 개발=4.3사건으로 사실상 도로의 기능을 잃은 번영로(당시 동부산업도로)는 6.25전쟁과 4.19혁명, 5.16군사정변 등으로 이어지는 역동의 역사 속에서 그 중요성을 점차 일어갔다.

하지만 5.16군사정변을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주지역 중산간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되면서 번영로는 잃어버렸던 대동맥의 기능을 되찾게 된다.

1967년 6월 5일 박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동부산업도로 건설공사의 기공식이 열리게 된 것.

당시 제주시 봉개동에서 거행된 기공식에는 정우식 제주도지사와 박경훈 도정자문위원장을 비롯한 시내 각 기관장과 몽리부락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일보의 전신인 제주신문은 1967년 6월 6일자 3면에서 ‘또 하나의 산간동맥’이라는 제목으로 동부산업도로의 기공식을 대서특필했다.

▲ 1967년 6월6일 제주신문(현 제주일보)에 실린 동부산업도로 기공식 사진. 당시 중산간 마을이었던 봉개동에서 열렸다.

정우식 제주도지사는 이날 식사를 통해 “오늘의 경사는 지난 2월 연두순시차 내도한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1000만원의 국고보조로 이룩되는 것”이라며 “도로가 준공되면 넓은 유휴지를 개척하고 거대한 수원을 개발하는 한편 중산간 지대의 교통난을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훈 도정자문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이 도로는 중산간 지대를 연결하는 동맥선으로써 제주시와 표선리를 50분 거리로 단축시켜 산업.관광개발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제주신문은 이 도로공사를 통해 공사비 523만원과 시멘트, 철근 등 관급자재가 투입돼 가설도로 외에 7.36km의 새 도로가 개설되는 것은 물론 교량 2곳과 암거, 세월 등 21개 구조물이 시설된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이처럼 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지 20여 년 만에 개설공사가 이뤄진 동부산업도로는 같은 해 12월 26일 반년 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 제 기능을 완전히 되찾았다.

제주신문은 1967년 12월 26일자 3면에서 ‘두 산업도로 개통’이라는 제목으로 연인원 2만명이 동원돼 그늘에 묻혔던 도내 중산간 지역에 새로운 개발동맥이 이룩됐다고 소개했다.

▲산업도로와 관광도로를 거쳐 번영로로의 변신=1967년 12월 26일 재개통된 동부산업도로는 제주관광산업의 발전에 따른 관광객 및 차량의 급속한 증가, 중산간 지역의 대규모 개발에 따른 인구 이동 등으로 인해 확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폭 7m의 왕복 2차선에다 부분적으로만 포장이 이뤄졌던 도로로는 당시 제주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78년 동부산업도로 전 구간에 대한 포장공사가 착수됐지만 막대한 사업비 확보문제로 인해 사업은 지지부진하게 추진됐다.

결국 동부산업도로 전 구간에 대한 포장공사는 착공 11년 만인 1989년 12월 7일에야 준공됐다.

제주신문은 1989년 12월 8일자 6면 ‘동부산업도로 완공’제하의 기사를 통해 공사현황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당시 포장공사에는 11년간 사업비 62억5000만원이 투입돼 기존 폭 7m의 도로가 8m로 확장.포장됐으며 제주시에서 표선간 운행시간이 기존 50분에서 30분으로 크게 단축되는 계기가 됐다.

이로써 동남부 중산간 마을의 오랜 숙원이 해결된 것은 물론 농축산업의 개발과 각종 생산물 수송, 관광산업개발 촉진에 기여하게 됐다.

이후 완전 포장이 이뤄진 동부산업도로는 이후 2002년 제주관광산업 발전에 발맞춰 관광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동부관광도로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어 2006년 9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에 맞춰 제주의 번영을 의미하는 번영로로 변신하게 됐다.

<고경호 기자>uni@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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