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이 아이들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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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교육대학 학생들, 2006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초등생 대상 무료 공부방 운영

“과학실험이요! 바람만 아니었어도 열기구 실험은 성공할 수 있었는데 진짜 아쉬웠어요.”
“친구들하고 캠프도 가요. 거기서 카트도 타고, 게임도 하고...맞다, 작년에는 롯데월드도 갔다 왔어요. 거기서 놀이기구도 타고...”

지난 5일 제주시 건입동 소재 ‘푸른 꿈 작은 공부방(이하 ‘푸꿈’)’ 아이들은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에 대해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이곳은 인근 지역의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공부방이다.

운영 주체는 제주대학교 교육대학 재학생들. 아직도 앳된 모습이 역력한 이들의 연령대는 20대 중.초반이 대부분이다.

푸꿈은 2006년 대학 측으로부터 승인을 받고 재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 유일의 대학생 자치 공부방으로, 현재 14명의 ‘학생 교사’와 3명의 외부교사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

자발적 봉사활동의 하나로 문을 연 푸꿈은 교장 격인 방장과 총무를 겸하고 있는 부방장, 저.중.고학년 담임, 학년 담당 등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월~토요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운영되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6개월 단위의 생활계획표를 세우고 각 반별로 학교 수업진도에 맞춘 주간계획표를 짠다.

본격 수업은 학생들이 손수 만든 간식을 먹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후 고학년은 강의식 수업과 컴퓨터.프로젝션 텔레비전을 활용한 멀티수업을 진행하고, 저.중학년인 경우 동화구연, 연극, 독서, 등 특별활동 형태의 수업을 진행한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수학, 영어 등의 학습지도에서부터 과학실험, 미술.체육수업, 운동회, 소풍,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사업 예.결산, 스폰서 발굴 등 일련의 과정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공부할 시간은 물론 사적인 시간 내기도 여의치가 않다.

올해 푸꿈의 방장을 맡은 현영지(21.교육학과)씨는 “동아리 활동도 겸하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이 너무 모자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때마다 내게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곤 하는데 그 답은 언제나 이곳 푸꿈이었다”고 강조했다.

현씨는 이어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미운정이 더 무섭다는 말을 실감한다”며 “이제 아이들이 없는 대학생활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학생들끼리만 감내하기에는 다소 벅차 보이는 푸꿈이 4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총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오혜지씨(22.윤리교육과)는 이렇게 설명했다.

“중학교에 진학 한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학교생활 얘기도 해주고 안부를 묻기도 하는데 그 때는 제가 정말로 선생님이 된 것 같아 뿌듯해져요.”

오씨는 또 “봉사활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업을 받으면 이해도 빠르고, 수업을 통해 배웠던 지식을 이곳에서 활용할 수도 있어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학점관리는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고경리씨(22.컴퓨터교육과)씨가 한마디 했다.

“학점이요? 당연히 걱정은 되죠. 그런데 학점 생각하면 이거(공부방 봉사활동) 못해요.”

고씨는 “친구들이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만 혼자 뒤떨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과 가끔씩 찾아와서 아이들에 대한 당부를 하고 가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때묻지 않은 아이들과 늘 함께 있어서였을까. 이들의 얼굴에도 어느덧 어린이들의 미소와 같은 환한 무엇인가가 피어 올랐다. “교육대학과 동초등학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푸드뱅크, 사회적기업인 유한회 행복나눔푸드 등으로부터 지원이 없었다면 푸꿈은 운영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오히려 겸손해하던 그들이었다.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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