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의 고통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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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100년 기획1]일본 나가노현 마쓰시로 대본영

올해는 한일병합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00년 전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 병합돼 국권을 빼앗긴 ‘경술국치’로 인해 조선왕조 500여 년의 역사는 막을 내렸고 36년간 치욕스러운 일본의 식민 통치가 이어졌다.

1945년 광복이 되었지만 일본 식민지 지배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한일 양국에 깊게 남아있다.

특히 제주와 일본 나가노현 마쓰시로(松代)에는 일제 말기 일본군 지휘부가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에 대비해 건설한 거대한 지하참호의 흔적이 남아있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제주와 일본 나가노현에 남아있는 일제전적지 현장을 찾아 잔인했던 제국주의의 흔적을 찾는 한편 전적지 보존과 평화운동을 펼치는 이들을 찾아 한일 평화의 역사적 해법을 제시하려 한다.[편집자주]

일본 나가노(長野)현은 일본의 대표적인 산악 지역으로 1998년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곳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중요한 시설인 마쓰시로(松代) 대본영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들조차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전쟁의 패색이 짙어가던 1944년 일본 군부는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에 대비해 나가노시 남쪽 마쓰시로(松代)에 있는 3개의 산을 중심으로 엄청난 규모의 지하호를 파기 시작했다. 주요 정부 시설과 천황이 사는 황거(皇居)를 이곳 산악 갱도로 옮겨와 전시 수도로 삼을 작정이었다.

최고사령부인 대본영과 황거가 들어설 마이즈루야마(舞鶴山) 갱도는 2.6㎞, 정부 시설과 NHK가 옮겨올 조잔(象山) 갱도는 5.9㎞에 이른다. 또 식량창고로 쓰일 미나가미야마(皆神山)는 1.9㎞였다.

착공 당시 동원된 일꾼 1만 명 중 징용된 조선인이 7000명이었다. 이들은 조선으로부터 강제징용되거나 일본 도처의 공사현장으로부터 옮겨져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이곳에는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고향을 그리워한 조선인들이 벽면에 새긴 大邱府(대구부)라는 글씨 등이 남겨져 있어 나라를 잃은 민족의 설움과 아픈 역사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당시 지하호 인근에 살았던 나카자와 따다미(中澤忠實.80)씨는 “군인들을 제외한 일반 마을주민들은 조선인 노동자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며 잘 지낸 편”이라며 “종전 직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조선인들을 도와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변변한 장비도 없이 다이너마이트와 삽으로 진행된 공사는 위험천만한 것이어서 하루 5,6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숨졌으며, 8월 15일 일본의 항복과 함께 중단됐다.

하지만 이 시설은 전쟁이 끝난 뒤 40여 년이 넘도록 알려지지 않다 나가노시의 사립학교 시노노이 쥰에이(俊英)고교의 향토사연구반 학생들에 의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대본영을 보존하는 모임’ 등의 여러 개의 시민단체가 결성돼 현재까지 마쓰시로 대본영 유적 관리와 안내를 맡고 있다.

지난달 20일 조잔 지하호에서 만난 보존회의 아가타 시게오(縣重夫) 부회장은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 가운데 1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이들의 유골은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이며, 희생자의 이름은 커녕 정확한 숫자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쓰시로대본영의 조잔지하호는 건설방식과 내부구조로 볼 때 제주의 섯알오름과 가마오름의 지하 갱도진지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해군 지휘부가 추진한 마쓰시로와 제주의 지하진지가 결국 일본 본토 방어를 위한 전략적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마쓰시로 대본영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자 조선인 강제동원의 상징으로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의 실태에 대해서는 일부 증언을 제외하고는 밝혀져 있지 않다.

따라서 강제동원된 조선인들의 숫자와 실태는 물론 마쓰시로대본영의 실체를 정확하게 조사해 제주의 일제전적지와의 연관성을 찾는 작업이 이루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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