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된 제주도민 참혹상 담겨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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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100년 기획2]가마오름 동굴진지.평화박물관
▲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가마오름 내부 진지동굴에 재현돼 있는 일제시대 일본군 제58군 사령관실.
제주에 있는 수많은 일본군 군사유적 가운데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일제의 침략 야욕과 강제 노역에 동원됐던 제주도민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색 박물관이 있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가마오름에 위치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308호 '가마오름 평화박물관'.

가마오름 땅굴진지는 일본군이 이른바 ‘결7호 작전’에 따라 1945년 3월 제58군 사령부를 창설, 연합군에 대항해 최후 일전을 벌이려고 제주전역에 구축한 진지 중 하나이다. 미로형 요새로 총길이 2㎞에 4개 지구, 3층 구조로 구축됐고 출입구만 33곳이다.

그중 제1땅굴 340m구간이 복원돼 관람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높이 1.6~2m, 너비 1.5~3m로 연결된 굴 내부엔 당시 사령관실로 추정되는 30㎡ 남짓 방과 회의실, 숙소, 의무실 등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있다.

특히 동굴 벽마다 곡괭이질 흔적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당시 강제징용당한 제주주민들의 노역의 참혹상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평화박물관은 일제에 징용돼 직접 갱도를 팠던 부친으로부터 ‘진지동굴을 방치하면 치욕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경고를 받고 이 말의 의미를 잊지 않고 있던 이영근 관장(57)에 의해 건립됐다.

모두가 ‘부끄러운 역사’라며 외면할 때 그는 참혹했던 역사를 통해 자유와 평화의 의미를 찾겠다는 집념으로 사재를 털어 관련 유물을 수집하고 자료들을 모았다.

국가도 하지 못했던 일을 개인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다.

가진 재산을 다 처분하고 상당액의 은행빚을 지면서도 박물관에 매달리고 있는 이 관장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있다.

부끄러운 역사라고 숨기고 외면만 하다보면 또 다시 아픈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확한 역사교육과 진실한 반성을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로 대립하고 있는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이고 평화적인 미래로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그의 소망처럼 최근에는 ‘가해자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일본 나가노현의 마쓰시로 고교생들이 매년 수학여행으로 제주를 찾아 선조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

이 관장은 “평화를 지키려면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평화박물관을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한편 양국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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