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選對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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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과 행동.실제가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상호(商號)에 ‘진짜’ 표시를 한 ‘가짜’ 상품이 한둘이 아니며, 수입품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일도 비일비재다. 이름을 내건 것은 산삼인데 실제는 장뢰삼이요, 도라지 제품이 인삼 제품으로 겉치장을 한다. 이건 모두가 일종의 사기다.

정치집단들이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영도하던 정당 이름은 ‘자유당’이었지만 그것은 국민 주권을 억압한 3인조, 5인조 공개투표로 3.15부정선거를 한 ‘부자유당(不自由黨)’이었다.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가 창당한 민주공화당도 유신 이후에는 ‘민주제(民主制)’도 ‘공화제(共和制)’도 아니었다. 체육관 선거, 정보정치 등 오로지 박정희 정권만을 위한 독재정치였다. ‘민주공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조국 광복 이후의 숱한 정당들, 이를테면 정의당, 통일당, 사회복지당, 국민의당, 민국당, 한국당, 민주당, 한나라당, 자유민주연합 등도 모두 제 이름에 걸맞은 일들을 했었고, 지금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당뿐이 아니다. 각종 기구나 모임들도 그 자세나 행동거지가 이름 값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를 들면 ‘열린우리당’의 ‘깨끗한 선거대책위원회’도 그렇다. 4.15총선을 앞두고 그야말로 깨끗한 선거를 해보자고 해서 ‘선대위(選對委)’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 터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선대위 이름과는 역시 정반대다.

왜냐 하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 적발된 선거법 위반 건수가 열린우리당 359건, 한나라당 310건, 민주당 164건으로 ‘우리당’이 단연 ‘불(不) 깨끗’ 1등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에 혐의가 무거운 검찰 고발 건수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민주 양당 것을 합친 25건과 거의 맞먹는 24건이나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것이므로 틀림이 없을 것이요, 따라서 ‘깨끗한 선거대책위’ 명칭이 무색한 일이다. 여기에다 엊그제에는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까지 맡았던 남궁석 의원이 부인 돈봉투사건으로 후보직을 사퇴하는 사태까지 일어났으니 ‘깨선위’ 작명이 잘못된 게 아닌지 모르겠다.

가짜.저질 상품이 포장과 문구가 화려하고 멋들어지듯 정당.집단.기구의 명칭이나 구호도 지나치게 멋들어지다고 좋아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나라도 못사는 나라가 더 멋있는 국호(國號)를 가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세계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 중의 하나가 북한이요. 그 북한을 다스리는 김정일은 세계 제1의 독재자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김일성.김정일 2대가 군림해 온 북한의 나라 이름이 얼마나 멋이 있는가. 민주주의에다 공화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하지만 그 멋진 이름의 포장에 가리워 북한 동포들은 이 순간도 신음하고 있다. 남.북 국민들은 멋진 정치적 이름, 멋진 구호에 항상 조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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