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가 정치를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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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9월 13일 청와대.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아즐란 샤 말레이시아 국왕 내외를 위한 만찬을 베풀고 있었다.

노 대통령이 환담 도중에 이렇게 말을 이었다.

“법률가가 정치를 하면 모든 것이 법이 되지만, 정치가가 법률을 만들면 그것은 조크가 된다는 우스개가 있어요…. 요즈음에는 이런 조크가 덧붙여진다고 합니다. 정치가가 법률을 만들면 그것은 조크가 되지만, 언론인이 법률을 만들면 그것은 소설이 된다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말했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해피앤딩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노 대통령은 그때 이말을 우스개로 했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노 대통령의 말을 전해 듣고 이렇게 수근거렸다.

“군인이 정치를 하면 모든 것이 ××가 되지만, 하지만 군인들은 산골 절간을 유명관광지로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런 노 대통령이 이듬해 2월 7일 제14대 총선 민자당 공천자 공천장 수여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회는 어디까지나 여당이 이끌어가는 ‘여의도’가 되어야지 야당에 끌려다니는 ‘야의도’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 지난날 여소야대 국회가 주는 교훈입니다.”

▲‘4.15’ 17대 총선을 앞두고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탄핵’한다며 의결정족수를 점검하면서 청와대를 겁주고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대응은 ‘법대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탄핵소추안의 사유들이 탄핵안 발의요건이 되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법적으로 발의요건이 안 된다는 반박이다.

청와대는 또 ‘법적’으로 만약 탄핵안이 발의되고 가결됐을 경우를 생각해 노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관한 ‘법률’ 검토까지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법률가 대통령의 청와대답다고 할 것인가.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 대표와 원내총무는 언론인 출신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문제를 놓고 이 원내 과반수의석 제1당의 태도가 주목되는 것이다.

칼을 뽑을까. 칼을 뽑으면 무라도 자를까. 아니면 칼을 뽑았다가 슬그머니 집어넣을까.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칼을 뽑겠다고 소리만 치다가 칼을 아예 뽑지도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언론인이 법률을 만들면 그것은 소설이 된다는데….

법률가가 정치를 하면 모든 것이 법이 된다는데….

에이, 법전(法典)이나 소설이나 그게 그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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