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훈(級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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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라’. ‘정직하고 성실하고 근면하라’.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말이다. 요즘 학생은 물론 기성세대들도 날마다 귀찮을 정도로 듣는 말이었다.

공부는 학생의 본분이므로 그렇다 치고, 나머지는 교육적이면서도 왠지 부담을 느끼게 하는 말들이다. 하긴 학교의 교육 목적이 지식과 도덕성 함양에 있는만큼 마땅히 강조돼야 할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경제.문화 등 각 부문에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둘 정도로 빠른 발전을 가져온 것도 교육의 덕택이다. 교육마저 흔들렸다면 훌륭한 인적 자원을 대거 배출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도 이제는 시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은 학교가 지식과 도덕성 등 인간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시대는 아니다.

예전처럼 학교에 모든 교육을 의지해야 하는 세상이라면 모를까, 가정이 일정 부분의 자녀교육을 분담하고 있는 시대다. 그만큼 학부모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공부는 학교가 책임지고, 인간성 교육은 가정이 주도해도 좋지 않을까. 만약 그게 무리라면 학교와 가정이 함께 추구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 지식을 쌓는 공부나 인간 교육이나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우기 위한 교육으로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학생이라면 으레 부지런히 공부하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열심히 공부하라’가 급훈(級訓)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정직.성실.근면.인내’를 급훈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당연한 것인데 너무 강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1세기는 다양성과 창조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대부분의 학교가 내거는 이런 형태의 천편일률적인 급훈도 창조적 인간 교육을 지향하는 슬로건으로 바뀌어야 한다. 각자 개성을 바탕으로 자기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급훈을 제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전북 전주시내 몇몇 학교의 급훈을 소개한 한 중앙일간지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머리에는 지혜를, 얼굴에는 미소를, 두 손에는 책을’.‘여기는 사람 냄새가 나는 곳’.‘남과 함께 더불어 살자’. 얼마나 기지가 번뜩이는 신선한 급훈인가.

선생님과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거쳐 만든 급훈이라니 어련할까.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배어난다. 도내 각급 학교들도 도입해 볼 만한 형태의 참신한 급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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