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군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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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배 동명대 교수·스포츠경영학>







천안함이 침몰된 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장에서는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겠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원인 규명도 중요하지만 역시 생사 확인이 우선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단지 이번 사태를 보면 군이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걸프전이나 이라크전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전황 브리핑이나 사건 개요는 군 최고책임자 또는 관련 참모총장이 직접 하는 것이 오해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초기에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는 듯 보이다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슬그머니 군에 미루고, 군도 대변인을 통해 짧게 발표하고 통제하기에만 바쁜 인상이다. 이명박 대통령만 하더라도 처음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긴급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이후에도 몇 번 더 개최하는 등 앞에 나섰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지 ‘교시’만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하고 있는 형국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처음부터 군이 전권을 가지고 조치를 취하고 관할해야 할 업무이자 영역이다. 사건 이후 하루 이틀정도는 정리가 되지 않아 ‘상부’ 지시를 기다리거나, 대응에 신중을 기한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후 침몰 원인 및 구조 진척 상황에 대한 정보 공개와 브리핑이 너무 더뎌 답답하게 느껴진다. 생존자들에 대한 언론취재 및 기자회견을 금지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국민들로부터 공개 못 할 뭔가가 있다는 오해를 받는 일은 막아야 한다. 누가 뭐래도 군과 관련된 문제는 군이 가장 확실한 전문가 집단 아닌가.

청와대 지하벙커에 모인 안보관계 장관회의 면면을 보라. 누가 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는가. 일단 대통령부터 총리, 국정원장, 대통령실장, 정책실장까지 전부 군 면제자들이다. 군 면제 자체를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빨리 해결하라고 군에 다그칠 수는 있어도 직접 해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필자도 군 면제자이기에 평소 군과 관련된 문제는 언급을 자제하는 편이다. 이유는 한 가지, 아무리 기준에 미달되어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병역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군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로는 적어도 ‘정치군인’이란 오명에선 벗어났다. 그동안 국민의 신뢰도 많이 회복하였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서도 정치적인 고려는 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군대가 정치적인 역학관계나 개인의 이해관계를 따질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이 ‘북한의 소행’이든, 기뢰 때문이든, 내부폭발이든 그 후폭풍은 결국 군에 돌아갈 것이다. 정치권력이야 이해관계를 따져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뒤로 빠질 것이고,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란 것은 뻔한 사실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군이 주도적으로 나서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임과 권한에는 동시성과 상관성이 함께 내재되어 있다. 선진국에서 고위직에 오를수록 출근시간이 빠르고 퇴근이 늦은 이유도 권한에 따른 책임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은 군에 있기 때문에 사건 처리에 대한 집행 권한도 군에 부여되어야 한다. 청와대 ‘지시’를 받아 소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무엇이 두려워 언론을 피하고, 생존자들의 기자회견을 통제하고 회피하기 급급한지 알 수 없다.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부터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과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언론 앞에 쩔쩔매는 대변인이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매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고 하지 않았는가. 어차피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군 외에는 해결할 수 있는 집단도 없다. 또한 이번 사태는 군의 독립적 임무 수행 능력과 역량을 검증 받을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도 있다. 어깨에 달린 별이 ‘상부 눈치’를 보고 얻은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사태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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