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3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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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부터 3년에 걸친 제주에서의 임기를 마치고 중국 광저우(廣州)로 전근하게 됨에 즈음하여 제주도민 여러분께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공적으로 및 사적으로 저에게 보내주신 제주도내 각 기관과 도민 여러분의 따뜻한 지원에 감사드리며, 제주도의 번영과 도민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부임했을 당시 일.한 양국간에는 역사교과서 문제가 부상되어 냉기류에 휩싸였습니다. 제주도내의 일부에서는 일본과의 교류 중단도 불사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실제로 우호도시 교류가 거의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한편으로는 일.한 간의 교류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시기야말로 오히려 교류를 확대시켜 상호 이해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의견에 강력히 공감하며 마음 든든하게 생각합니다.

그 후에도 제가 만나뵌 제주 각계의 관계자들로부터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존이구동(存異求同.일단 다른 점은 묻어두고 같은 것을 취한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면서 상호 이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양국 시민간의 접촉을 확충하는 것, 특히 지방.청소년.여성의 세 분야의 일.한 교류 촉진부터 착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미력하나마 이를 저의 업무의 목표로 하였습니다.

제주에서의 3년간의 일.한 관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양국민의 상호왕래는 전에 없던 규모에 이르렀고, 당관의 비자발급 건수도 작년에는 1만3000건을 넘어 과거 최고를 기록하였습니다. 또한 올해 1월에는 음반 및 게임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허용되는 등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범위가 크게 확대되어 문화를 둘러싼 환경도 크게 변화하였습니다.

현재 양국관계는 ‘역사상 가장 양호’, ‘밀월(蜜月)의 시대’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양국간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만 ‘양국관계는 확실하게 진전되고 있고, 미래는 더욱 밝은 전망이 전개되고 있다’고 확신을 가지면서 한국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중국과 북미에서 근무하여 온 저에게는 한국에서의 근무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때문에 제주에서의 ‘한국체험’은 매일 매일 신선하고, 새로운 인식과 발견으로 넘쳐났습니다. 지금까지의 ‘한국경험’에서 강한 인상을 받은 점을 소개하자면, 첫째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2002년 대통령 선거는 ‘한국의 뉴햄프셔’라 불리는 제주에서의 예비선거로 막이 오르게 되었는데 극적인 요소가 많았고 아주 흥미진진하였습니다. 아시아 통화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2002년 일.한월드컵대회에서는 세계를 무대로 4강에 진출한 한국 국민의 활력과 에너지는 우리도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둘째는 한국 국민의 의견의 다양성입니다. 보수에서 진보까지 폭이 넓고, 연령과 지역에 따라 상당히 큰 의견 다양성을 보이는 것도 한국사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대한 견해도 다양합니다. 다양한 가치관은 때로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경제발전을 도모하여 국제사회에서 명예 있는 지위를 점하려 하는 것이 한국 국민간에 보이는 강력한 공감대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국가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공감대의 배경에는 자국의 역사와 지정학적 위치에 근거한 강한 ‘위기의식’이 한국 국민간에 공유되고 있다고 봅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에 따라 양국에 진통은 있습니다만, 일본과 자유주의.민주주의.시장경제를 공유하는 한국은 일본에게 든든한 파트너이며, 점점 불확실해지는 국제사회에서 양국은 정치.경제.학술.문화의 각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에서 작년 처음으로 실시한 일본가요대회가 호평을 얻어 정례화를 요망하는 목소리가 있는 등 당관의 문화사업 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를 받아들여 금년 11월 개최 예정인 ‘재팬위크(japan week)’, 내년의 ‘일.한 우정년(友情年)’ 등을 통해 제주도민 여러분의 일본문화에 대한 이해와 일본과의 교류 활성화를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와타나베 히데오 재제주일본국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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