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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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부디 우리 이윤정 학생을 특별히 아끼고 보살펴 주셔서 훗날 저와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않는 동량으로 키워주십시오.”

대학에 진학하는 제자를 위해 생면부지의 대학교수에게 따뜻하고 감동적인 편지를 보낸 한 스승의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북 경산시 진량고 임상하 교사.

올해 경남 진주시 소재 경상대 동물자원과학부에 진학한 제자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안 임 교사는 학업을 마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지난해 말 이 대학 이모 교수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임 교사는 편지에서 “이 학생은 열악한 농촌 가정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악성 고혈압 및 척추장애인 환자로 기초생활대상자이고 노동을 할 수 없어 고교 3년을 어머니의 농사일를 도와가며 어렵게 공부한 학생”이라고 이양을 소개했다. 그는 이 교수에게 “윤정이는 초지일관 한 학과를 선택하고 있다”며 기숙사 배려와 장학 혜택을 간곡히 부탁하기에 이른다.

편지를 받은 이 교수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고 즉시 기숙사측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해 입소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연구 수행업무 보조를 맡겼다고 한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도 하기 힘든 어려움에 처한 제자를 향한 교사의 가슴 따뜻한 배려는 우리 사회의 희망이 어디 있는지를 잘 보여 주는 것”이라는 이 교수의 말은 이래저래 말 많은 우리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기에 충분하다.

귀양을 살던 다산 정약용(1762~1836년)은 그의 제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기 위해 많은 편지를 남겼다. 제자들의 생계에 대해서까지 염려해 주는 자상한 마음씨가 잘 드러난 다산의 서신들은 사도가 땅에 떨어지고 교권이 흔들리는 작금의 교육풍토에서 임 교사의 편지처럼 우리에게 스승의 도를 알게 해준다.

다산은 “가을이 깊으면 열매가 떨어지고, 물이 흐르면 도랑이 이루어짐은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 제생들은 반드시 가기 쉬운 지름길을 찾아서 갈 것이요, 가기 어려운 울퉁불퉁한 돌길이나 뒤얽힌 길을 향하여 가지 말라”고 제자들을 항상 경계했다.

불법선거 혐의로 구속된 오남두 제11대 제주도교육감이 지난 17일 사퇴서를 제출했다. 향후 교육감 보궐선거 일정은 대략 5월 중순께라고 한다. 이제 차기 교육감 후보자들은 물밑 행보를 접고 세상 밖으며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후보자 난립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벌써부터 선거를 걱정하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어차피 교육감 후보는 교육 경력자들이고 보면 후보자마다 교육현장에서 수많은 제자들을 두고 있을 것이다. 제발 이번만은 제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애틋한 심정으로 출사표를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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