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민심 제대로 읽어야
정치인, 민심 제대로 읽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4.15총선을 코 앞에 둔 최근 우리 사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단연 화두로 비쳐지고 있지만 제주사회의 현실만큼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의 숨가쁜 행보와는 달리 정작 제주지역 상당수 유권자들은 예전 선거만큼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예전 선거 때면 택시나 음식점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선거와 관련된 대화도 듣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제주일보가 4.15총선 기획으로 실시한 ‘우리는 유권자’ 총선 민심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시장 상인과 저소득층, 택시기사, 노인층 등을 차치하고 감귤주산지인 서귀포시와 남제주군 감귤농가만 접하더라도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실제로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둔 23일 감귤주산지 산남지역의 민심은 지역 현안인 계속된 감귤값 불안정과 좀처럼 회복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는 지역경기, 인구감소, 여기에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인한 절망감 때문인지 한마디로 흉흉해 총선 분위기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이 같은 현실을 부추기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인지 서귀포시.남제주군 선거구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은 공식적인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낼 뿐 농사현장에는 찾질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지역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농촌의 총선, 정치 분위기가 한마디로 냉랭하다보니 섣불리 찾아 나섰다간 본전도 뽑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다. 예비후보들에겐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감귤원 간벌 현장에서 만나는 농민마다 격양된 목소리로 정치권과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한마디씩을 뱉어낸다.

“요즘 감귤농가마다 살아보려고 수십년 동안 자식과 같이 키워온 감귤나무를 절반이나 베어내고 있는데 이 같은 절박한 농민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정치인이 누가 있느냐”며 “이제 선거 때만 되면 농민의 대변자라며 정책을 내놓은 정치인을 보면 오히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현 농촌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정치권의 탄핵 공방과 총선 분위기 속에서도 산남지역 주민들의 주력산업이 감귤살리기에 너나없이 동참하면서 땀을 흘리고 있다는 점이다.

감귤농가들의 자체적인 대응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이지만 정치권만 믿고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더 이상 감귤은 물론 지역의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남제주군과 서귀포시의 경우 지역 선거 관심보다는 최대 현안인 감귤살리기에 너나 없이 동참해 23일 현재 2분의 1 간벌목표량 달성을 목전에 뒀거나 순조로운 행진을 벌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감귤 대체작목 개발에도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모습도 여기저기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총선을 앞둔 제주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총선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 총선에 출마한 도내 3개 선거구 예비후보들이 이 같은 지역의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산남을 비롯한 제주사회가 왜 정치 무관심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번 총선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서 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제주사회 선거판이 정치인 불신과 정치 혐오로 가득 차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