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空手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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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지었다는 이런 시(詩)가 있다.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뜬구름 같은 인생아, 그대 봉분이 쌓이자 혼자 두고 사람들은 헤어져 가니 산천도 적적, 공허롭구나(空手來空手去 人間事 如浮雲, 成高墳人散解 山寂寂目下空).”

이 시는 읽는 이에 따라 매우 감상적이요, 감성적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 발 더 들어가고 보면 너무나 사실적(寫實的)이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이 아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빈손으로 왔으니 자연 섭리대로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 결국 땅에 묻히고, 이승의 일체의 인연들과 헤어지고 나면 무엇이 남겠는가. 적막과 공허, 그래서 인생에서는 있음이 곧 없음이요, 없음 또한 있음인 것이다. 이것이 인생일진데 이 시야말로 얼마나 사실적인가.

이 세상 저 세상 넘나들 때만 빈손으로 오가는 것은 아닌 듯하다. 풍진(風塵) 세상에도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있는 모양이다.

한나라당이 24일 박근혜 대표 취임 직후 국회의사당 앞 그 화려한 당사를 떠나 여의도공원 천막당사로 공수거(空手去)했다.

한때 집권당으로서 이 나라 정치를 주름잡던 한나라당. 그래서 그 상징처럼 웅장하게 세워진 10층짜리 당사도 과거 7년 세월의 영욕을 뒤로하고 외국계 회사에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매각대금은 사무처 요원 퇴직금과 부채를 갚는 데 쓰일 것이라니 왕년의 집권당이 어느 새 빈손이 돼 버린 셈이다. 천막당사로 공수거하는 거대 정당 한나라당을 보면서 정치 적막(寂寞), 권력 공허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검은 정치자금을 화물차로 받았다 해서 ‘차떼기 당’이란 별명을 얻은 한나라당의 박근혜 새 대표는 그래서인지 취임하자마자 명동성당을 찾아 고백성사를 했고, 조계사에서는 참회의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공수거는 열린우리당도 비슷하다. 임대 당사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값싼 영등포 청과물시장의 옛 농협공판장 건물로 이사를 갔으니 말이다. 그런데 당사를 옮긴 이유는 한나라당과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의 롯데로부터 받은 불법자금 2억원이 국민일보 빌딩의 당사 보증금으로 유입된 사실이 밝혀져 이사를 단행한 것이다. 말하자면 열린우리당은 ‘절반의 공수거’인 셈이다.

제1 거대 야당과 집권 여당의 천막당사와 공판장당사로의 이사. 이 나라 정당들이 어쩌다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가.

이를 계기로 생각을 고쳐 먹어야 할 사람들이 있다. 부정을 저질러 옥살이를 했거나 불법정치자금과 관련, 재판.기소.수사 중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총선 출마를 자제하고 공수거, 은퇴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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