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보니 ‘무슨 무슨 마니아’, ‘뭐 뭐하는 짱’, 수도 없이 등장하는 신조어들로 범람하고 있는 대중문화를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일시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지속적인 것이 될지는 몰라도 대중문화의 방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킨 빅 이벤트가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전국적으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대중문화행사인 촛불집회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니 관심을 한 곳으로 뭉치도록 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행위를 구태여 정치적인 모임이라 표현하고 싶지 않고 대중문화적인 모임이라 표현하고 싶다. 의도적으로 조장된 모임이든, 아니면 전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든, 그것이 뭐가 중요하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목소리가 문화행사 공간에서 한 목소리가 되어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그래서 문화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문화란 인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것이며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끊임없이 변화해 온 것이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며 앞으로도 변해갈 것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 문화란 자연 상태의 어떤 것에 인간적인 작용을 가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낸 것이다.
그래서 늘 변화와 창조를 요구하는 우리가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사고하며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문화를 만들어 정착시키고자 함이다. 그렇다고 좋은 문화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딱히 무엇이다라고 정의내릴 수는 없지만, 어느 사회에나 좋은 문화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 기준들은 사회 속에서 다양한 집단들의 개개의 조건과 욕구에 적합한 것을 나름대로 좋은 문화라고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 세대, 직업, 계층 그리고 교육수준에 따라 엘리트문화이든 대중문화이든 각각에 적합하고 좋은 문화라고 판단된 것을 선택한다. 그러므로 자기의 기준과 다른 문화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판단기준이나 취향에 대해 관용하고 이해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사회 전체의 문화가 조화롭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문화적 주체로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면서 필요한 일은 자신의 취향과 선택에 대해 스스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또한 주변의 문화 환경 속에서 어떤 것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또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타당한 이유를 가져야 하며, 동시에 자신의 문화적 선택과 행위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더불어 자신이 즐기고 수용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평상시에 느낄 수 없었던 호기심과 즐거움을 문화로부터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대간이든 다양한 문화현상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서로간에 알게 될 것이며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는 와중에 문화에 대한 비평과 식별능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그렇게 조금씩 문화적 주체로서 변해갈 수 있다면 사회의 문화 전반이 차츰 ‘좋은 문화’로 바뀌어 갈 것이다. 정치판에 신물이 난 우리는 좋은 문화를 선택하고 좋은 문화를 요구하며 좋은 문화 형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실천한다면 당연히 우리 주변은 좋은 문화뿐만 아니라 좋은 정치로 가득 채워질 거라는 희망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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