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삶에 '소통의 미학'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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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왈종 화백 '제주생활의 중도' 14~27일 서울 노화랑 초대전

참, 밝고 경쾌하다. 알록달록 꽃이 피고 재잘재잘 새들이 지저귀고 날랜 사슴도 뛰논다. 사람은 TV 보고 책을 읽고 차를 마신다. 때로 나무와 숲은 주변을 온통 뒤덮어 공간개념을 무너뜨린다. 고깃배와 물고기가 하늘을 날고, 집과 자동차는 나뭇가지에 걸려있고, 사람은 그곳에서 골프를 친다.

 

어쩌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풍경이되, 보는 이는 절로 엷은 미소를 띨 수밖에 없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돼 아련한 몽상으로 이끄는 이곳은 이왈종 화백의 ‘제주생활의 중도’ 공간이다.

 

추계예대 교수자리를 물리고 서귀포에 정착, 어기차게 창작에 몰두해온 이 화백이 서울 인사동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4~27일 노화랑 초대전에서다.

 

그의 화면 내용은 다분히 현실적이다. 집 주인이 타고 왔을 승용차가 마당에 주차되고 골프가방이 벽에 세워져 있다. 여기다 풍자와 해학요소가 가미돼 비현실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골프 치는 사람 사이에 느닷없이 탱크가 등장한다. “골프경기 때 미묘한 심리전이 전쟁을 방불케 해서”란 작가의 설명.

 

호랑이와 까치 등을 다룬, 민화를 재해석한 작품 역시 이 화백 특유의 통쾌한 발상이 투영돼 발랄한 감흥을 낳는다.

 

일련의 그의 화면은 평면에서 시작돼 부조와 목조, 도자 등으로 구현영역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최근 화백은 나무 깎아 ‘제주생활의 중도형상’들을 아로새기는 목조작업에 창작열정을 쏟고 있다. 변함없이 골프 치는 사람과 집, 꽃, 새, 물고기 등을 다뤘으되 평면이 아닌 입체화로 한층 현실감을 높여 불꽃처럼 강렬한 환상으로 이끄는 효과를 낸다.

 

남녀 사랑행위도 곳곳에 형상화돼 흡인력을 높인다. “성(性)을 빼고 인간 생명을 어찌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그의 반문이 작업 모멘텀이다.

 

오광수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썼다.

 

‘서귀포는 이왈종에게 생활공간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작품 어디에고 서귀포 특유의 공간적 특징들이 명멸하는가 하면 그곳엔 어느덧 환상의 여울로 넘쳐난다. 서귀포란 현실공간이 무릉도원과 같은 낙원과 오버랩 되며 독특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어느새 현실은 저만큼 물러나고 열락의 세계에 자적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문의 (02)732-3558.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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