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인의 시각으로 본 토요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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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이번 토요타 리콜 사태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토요타 자동차의 품질관리와 위기관리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사업 확장을 계속하는 가운데 품질관리가 소홀해졌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 일어난 위기관리 실패에서도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늑장 대응, 사실 부인, 뒤늦은 사과 등 위기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부 경영의 잘못이 오늘의 토요타 사태를 불러왔다고 보는 관점이다.

과연 이러한 진단이 옳을까? 이 엄청난 토요타 사태가 회사 내부의 품질관리와 위기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었을까? 문제를 너무 좁게 보고 단순화시킨 단견적인 시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매사가 그렇듯 어떤 문제든 과거적 시각보다는 미래적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과거적 시각으로 오늘의 문제를 본다면 그 해법도 과거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올바른 답이 나올 수 없다. 미래적 시각으로 최근에 일어난 토요타 사태를 보면 그 요체는 이러하다.

첫째, 토요타는 자동차 회사이며 제조업이다. 따라서 자동차와 제조업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아직도 자동차를 단순히 수송수단이나 제조업 제품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40%가 IT제품이다. 자동차는 더 이상 사람이나 물건을 실어 나르는 수송수단이 아니다. 이제 자동차는 밤낮 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사무실이요, 휴식공간이다. 그 결과 자동차 제조와 IT기술을 융합하여 자동차를 ‘탈것’에서 ‘움직이는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개념이 탄생하고 있다. 차가 사무실이 되어 이메일을 처리할 뿐 아니라 금융거래를 하는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도 종래와 같이 자동차는 제조업이요, 제조업은 품질관리 위주로 경영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품질에서 나온다고 하는 것은 옛날식이다. 일본과 같이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가 제조업 경쟁력을 지속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둘째, 최근의 일본 경제를 살펴보라. 1990년대 초반 이후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 20년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년도 문제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회 전체가 가라앉고 있다. 그 와중에 과거에 잘 나가던 소니가 그 위상이 많이 떨어졌고 일본항공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셋째, 토요타 문제나 일본의 문제를 남의 문제로만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토요타와 경쟁하는 우리 자동차 회사는 과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하고 있는가. 현재 우리 대기업이 거래하는 중소기업에 요구하고 있는 가격조건은 너무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하청기업을 극한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또 최근 일본 경제의 부진이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며칠 전 노무라 증권에서는 지금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되기 전 1980년대 후반의 일본경제와 너무도 닮았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금 일본이 겪고 있는 일이 앞으로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가. 또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어떤 확실한 준비라도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도 그동안 급속하게 떨어진 출산율을 감안하면 앞으로 2020년이 오기 전에 경제활동인구에 이어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단계로 접어드는데….

결론적으로 토요타 문제는 토요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의 문제요, 일본 전체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동시에 토요타 문제는 곧 우리 자동차업계의 문제, 나아가 우리 경제 전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것이 곧 최근에 일어난 토요타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를 미래적인 시각에서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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