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날로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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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인터넷 자료검색을 많이 하는 편이다.

며칠 전 어느 포털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도저히 기억할 수 없었다. 인터넷 창에는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 당초 정한 답변을 쓰라고 하는데 이마저도 생각나지 않았다. 황당한 일이었다.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바꾸도록 하면서 기억력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다.

전화번호도 마찬가지다. 휴대폰 단축키를 사용하거나 이름검색으로 통화를 하다 보니 실제로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 있는 곳이 10군데도 안 되는 가 싶다.

예외 없이 ‘디지털 치매’ 증상에 걸린 것이다.

▲디지털 치매는 휴대전화, PDA(개인휴대 정보단말기), 내비게이션, 계산기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기억력이나 계산능력, 방향감각 등을 상실하는 현상을 말한다.

디지털 만능시대가 낳는 역기능인 것이다.

기억력 감퇴는 진화론의 용불용설(用不用說)에 기인한다.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하여 없어지듯이, 디지털 기기의 편리성 때문에 자주 기억하지 않다보니 가까운 것들도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디지털 치매가 노인성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억세포가 뇌의 손상에 의해 아예 죽어버린 상태가 아니라, 기억 인출 기능이 잠시 잠을 자고 있는 상태라는 의미다. 그러나 지나치면 병적인 상황에 이를 것이다.

▲최근 10대와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디지털 치매 증상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인생의 황금기를 맞아 가장 창조적으로 활동해야할 뇌(腦) 기능이 퇴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보화시대 디지털 기기 사용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

결국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가 관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천국시대에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갈 것을 조언한다.

일례로 자료검색은 인터넷으로 하되 메모는 직접 손 글씨로 정리한다든지, 매일 일기를 쓰고 자투리 시간에 신문 잡지를 읽는 것도 좋다고 한다. 노래방에 안가도 좋아하는 노래 몇 곡 외울 수 있다면 그것도 디지털 치매 예방법일 것 같다.<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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