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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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전쟁 같은 선거가 시작됐다.

농업과 어업을 주로 하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섬이지만 4년마다 열리는 선거때만 되면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은 둘로 갈라져 다양한 감정을 폭발시킨다. 파벌이야 어디에나 있지만 이 지역은 다른 곳과 다르다. 관공서 청사에는 ‘깨끗한 선거는 여러분의 힘!’이라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문구가 씌여 있지만 어느 누구도 평화롭고 공정한 선거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선거전은 노골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류를 이룬다. 온갖 비리가 난무하고 노골적인 비방이 오가는 난장판이나 다름이 없다. 후보들은 수많은 공약을 발표하면서 실현하겠다고 거품을 물지만 예산에 대해선 구상조차 하지 않는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다.

선거철만 되면 가장 시끄러운 곳은 공무원 사회다.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고 재원도 부족한 섬마을에 있어 공무원은 단연 인기직종이다.

이들은 항상 두 패로 나눠진다. 마치 생물의 종 자체가 다른 것처럼 일체 섞이는 일이 없다. 위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기관장이 있지만 밑에 국·과장들은 서로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조그만 직장에 꼬마 대장 두 그룹이 있는 분위기다. 섬에 정권 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고위직 공무원은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좌천되고 한직에 있던 공무원은 몇 단계 점프를 하며 고속 출세를 한다. 이런 까닭에 공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선거에서 지면 일이고 나발이고 없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공무원은 선거 캠프의 포섭대상이다. 이들은 각종 민원 해결을 약속하며 유권자들을 구워 삶는다.

중앙부처에서 이곳으로 주소를 옮기고 전입온 공무원들도 선거철만 되면 피곤하다. 양 진영에서 서로 자기 쪽 지지자가 되라고 다그치기 때문이다. 매번 박빙의 승부전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한 표 한 표가 소중할 수 밖에 없다.

관공서를 벗어난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이 섬은 한 때 유형지여서 주민들의 기질은 거칠고 단순하다. 그래서 친한 이웃간에도 지지 후보가 다르면 인정사정 없이 상대방 헐뜯기에 혈안이 된다. 이 곳에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태도는 제일 나쁘고 위험하다. 정책을 들어보고 납득이 가는 쪽으로 투표하겠다고 했다간 천치 취급을 받는다. 쉽게 속마음도 드러내지 않는다. 누군가 “어느 쪽을 지지하십니까”라고 물으면 “그거야 마지막에 결정하겠다”며 선거전 상황을 주시하다가 막판에 ‘이기는 말’ 등에 올라탄다.

특히 토건업자들은 공무원들처럼 선거전에 사활을 건다. 지지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4년 내내 공공공사 수주는 식은죽 먹기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지는 쪽은 ‘하청의 하청’이라도 달게 받아야 한다.

선거 파벌에 혐오감을 품은 한 젊은이가 예전 선거에 입후보를 한 적 있으나 몇 표도 얻지 못하고 섬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끝내 섬을 떠났다.

이같은 섬에도 투표일을 앞두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 외지인의 조언에 따라 최대 유권자층인 경로당표를 겨냥한 ‘노인요양원 건립’ 공약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양측이 ‘장대 눕히기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나 주민들은 외친다. “우린 모두 섬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싸우는 거야”라고.

제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소설 ‘면장 선거’에 나오는 섬마을 센주시마(千壽島)의 이야기다.

제주도지사와 교육감, 도의원, 교육의원 등을 뽑는 6·2지방선거가 35일 남았다. 면장 선거와 제주 선거의 같음과 다름은 무엇일까.<고동수 편집부국장대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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