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안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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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발행한 ‘제주도 해안을 가다’라는 도서 한 권을 증정받았다. 이 도서가 탄생하기까지는 한 연구원이 3년반 동안이나 제주도의 해안을 정열적으로 찾아다닌 노력이 배어 있었다.

이 도서를 한 장씩 읽어 내려가면, 제주도의 해안경관이 아주 신선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 도서가 소개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제주도의 해안경관을 클로즈업해 보기로 하자. 그리고 제주도의 해안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제주도 해안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보자.

제주도의 해안경관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성질이 다른 두 종류의 용암류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다소 점성이 높은 용암이 비교적 좁은 장소에서 서로 엉켜 표면이 거칠고 험한 바위를 만들어낸 용암류인데, 이를 아아용암류라 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점성이 낮아서 넓은 지역에 골고루 퍼지며 ‘빌레’를 형성한 용암류로, 파호이호이용암류라 한다.

제주도의 여러 해안에는 각기 시기는 다르지만, 두 종류의 용암류가 흘러 들어가 나름대로 독특한 해안선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아아용암류는 동귀 마을을 비롯하여 구엄, 신도, 영락, 대평, 보목, 하효, 남원, 섭지코지, 삼양 등의 해안에서 전형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파호이호이용암류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제주시 탑동해안을 비롯하여 귀덕, 옹포, 두모, 표선, 온평, 하도, 김녕, 북촌, 신촌 등의 해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제주도의 해안선은 용암류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해안에 위치하는 여러 오름은 많은 양의 화산쇄설성 퇴적물(분출물)을 품어내어 또 다른 성격의 지형을 만들어냈다. 즉, 응회암 층으로 구성된 해안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고, 또한 용암암반 위를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사질해안도 여러 곳에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응회암 층이 발달한 해안은 도두봉 해안, 고산 수월봉 해안, 하모 산이수동(송악산) 해안, 사계 용머리 해안, 성산일출봉 해안 등이며, 사질해안은 해수욕장으로 소문난 이호, 곽지, 협재, 중문, 표선, 신양, 김녕, 함덕, 삼양 등이다.

이처럼 제주도의 해안은 하나의 기계에서 똑같은 떡을 찍어내듯이,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제주도의 해안은 한눈으로는 시커먼 용암으로만 만들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전혀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곳이 수차례의 용암이 흘러서 만들어졌다면, 다른 곳은 화산분출물이 쌓여서 만들어지고 또 어떤 곳은 현무암 암반 위를 다시 모래가 흘러 들어와 요소 요소에 백사장과 흑사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의 해안은 제각기 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용암류가 많이 흘러내린 해안지역에서는 용암류가 굳어지는 과정에서 연출해낸 다양한 형태의 지형도 찾아볼 수 있다. 그것들은 중엄.창천.색달.중문.대포 해안에 잘 나타나는 주상절리, 옹포.신천.종달.행원.월정.김녕 해안에 많이 발달해 있는 투물러스, 협재.우도.하도 해안에 나타나는 새끼줄 용암, 그리고 신엄.애월.대평.남원 해안에 자리잡은 해안단애 등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어떻든 제주도의 해안에는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자극하게 하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흥미로운 지형들이 발길 닿는 곳마다 기다리고 있다. 이들 모두가 제주도 해안의 아름다움을 장식하는 자원들이다.

이제 제주도의 해안을 새롭게 평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해안도로를 개설할 목적으로 해안선을 마음대로 절단하며 망가뜨리는 행위가 더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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