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먹고사는 일용 근로자들, “투표냐…일당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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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시공휴일은 '남의 일'
대체인력 없어 주권참여 포기할 판


‘투표냐, 일당이냐.’
“투표요? 새벽부터 저녁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는데 어느 짬에 합니까?”
도내 한 관광버스 업체 운전기사 김모씨(45)는 선거일인 오는 15일이 더 바쁜 날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렌터카 기사인 이모씨(30) 역시 “15일 관광객 예약을 받은 상태라 투표는 물 건너갔다”며 “오전 7시 이전에야 투표가 가능한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투표장에 갈 수 있냐”며 반문했다.

투표가 소중한 주권 행사이지만 정작 생업에 쫓기는 서민들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15일 투표를 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특히 일용직 노동자들은 ‘투표냐, 일당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서 사실상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 당하고 있는 실정.
인부를 데리고 공사판과 건설현장에 일하는 십장(什長) 강모씨(51)는 “노가다(막노동)판 생리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는 데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작업 진행이 안 된다”며 “하루 벌어 근근히 먹고 사는 인부들이 투표하기 위해 일당 5만~7만원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건설직 노동자, 대형 할인매장 종사자, 운수업체 직원, 개인 매장 종업원 등 일용직 근로자들은 자유롭게 투표를 참여하는 것은 ‘그림의 떡’이다.

더구나 최근 경기 불황으로 노동자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진 현실과 맞물려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임금이나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본인만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여서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 참여에 등을 돌리고 있다.

건설직 노동자 외에 투표가 불투명한 직업군을 나열해 보면 호텔 종사자, 콜택시 기사, 병원 응급실 당직자, 음식 배달원, 아파트 경비원 등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도내 일부 근로자들도 참정권에 제약을 받고 있다.

제주시내에서 중급 호텔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24시간 풀타임으로 2교대 근무하고, 대체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업주나 종업원 모두 언제 짬을 내 투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및 정부투자기관 등이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업에 쫓기는 근로자들을 위해서 선거일을 일요일이나 노동절과 같이 ‘유급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적.제도적 보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도내 산업구조가 3차 서비스업에 편중된만큼 개선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계청 제주통계사무소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현재 임시직을 제외한 도내 순수 일용직 근로자는 3만9000명에 이르며, 이는 도내 전체 임금 근로자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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