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心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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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를 일이다.

제주에서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유명 의사 진료를 받으려면 여간 인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일례로 어렵사리 휴가를 낸 남편과 함께 아픈 어린애를 데리고 종합병원에 갔다 치자.

십중팔구는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가 고작이었다. 아니 1분 진료의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병원 문을 나서면서 분통을 터트려 보지만, 어쩌겠는가 속으로 분을 삭일 수밖에.

물론 유명세를 타고 있기에 의사 역시 몰려드는 환자들을 편히 돌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니 당대에 제일이라는 명의(名醫)를 만나기는 정말 하늘의 별 따기였다.

오죽했으면 서울에 소문난 종합병원에는 가지 말자는 의견들이 많았을까.
다행스러운 것은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을 고려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30년 교수직을 정년 퇴임한 연세대 의대 내과 허갑범 교수의 얘기가 떠오른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주치의이자 ‘당뇨병 명의’로 널리 알려졌다.
별명은 ‘하회탈 박사’.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에 주름살이 깊게 파였다. 마치 하회탈을 연상시킨다 한다.

그는 또 매주 30분씩 의대 휴게실에서 학생들과 만두를 먹으며 격의 없는 ‘만두 강의’를 진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퇴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남긴 말.-“옛말에 명의는 마음으로 환자를 다스려주는 심의(心醫)가 제일이라 했다.

그 다음은 환자의 영양과 생활습관을 다스려주는 식의(食醫). 세 번째는 약을 쓰는 약의(藥醫)라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약의만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료지식을 통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불안을 달래주는 것도 의사의 임무라는 것이다.

▲지금 전국엔 태풍 ‘루사’ 피해 복구에 자원봉사자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종합병원과 의과대학생들도 의료봉사대를 조직하여 수해 현장에 상주하고 있다 한다.

‘동의보감’의 허준 선생이, 그리고 ‘사상의학’의 이제마 선생 등도 그랬다.

실의에 빠진 민초들의 아픈 삶의 현장에 의료인들이 동참하고 있다니 적이 안심이다.

우리 사회는 마음으로 환자를 다스려주는 심의가 필요한 시대다. 심의라고 그 바탕에는 별다를 게 있을까. 환자를 정성껏 돌보고 이웃처럼 편안하게 해주는 자세면 족하지 않겠는가.

이 같은 정신으로 수재민 돕기에 나선다면 우리 사회는 밝고, 맑게 치유돼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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