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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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은 얘기 한 토막.

대학 1년 국어시간. 교수는 신입생들에게 자신의 애송시(愛誦詩)를 하나씩 외워 보도록 했다.

그리고 그 시를 왜 좋아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토록 주문했다.

모 신입생이 당당하게 왈, “이 시는 우리 엄마가 좋다고 골라 주셨어요.”

교수는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이 아이를 이렇게까지 만들었음인가”라며 “성인이 되어서도 정신적 미숙아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에 걱정만 앞설 뿐”이라고 한탄했다.

그날 교수는 신입생들한테 창의성과 자주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수업을 마쳤다 한다.

물론 이는 아주 극단적인 경우다.

▲애송시는 말 그대로 즐겨 읊는 시다.

우리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송시는 대부분 교과서에 실려 있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자주 접하는 데서 친근감을 갖고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서시’, 이육사의 ‘청포도’,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박목월의 ‘나그네’, 조지훈의 ‘승무’, 박두진의 ‘해’ 등.

이들 시의 면면은 주옥같은 언어들로 시종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심성을 바르게, 밝게 가꾸어주는 힘이 내재돼 있다.

시를 애송하는 한, 시의 불길이 있는 한, 사회는 희망이 있다고들 말한다.

문화의 세기, 문화의 불씨는 애송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경제.법조인들은 어떤 시를 좋아할까.

문학사상사의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에 따르면 러시아 시인 푸슈킨의 ‘삶’과 김지하씨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압도적이다. 이들은 ‘위대한 시는 인간의 영혼을 담고 있고, 시대의 울림이 있다’며 시에 애정을 나타낸다.

문득 한국시인협회가 ‘국민 애송시 암기하기 운동’을 전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을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명시(名詩) 100편을 선정, 시낭송회 등 전국 순회를 계획 중이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는 시를 생활화하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등학생도 보들레르의 시를 줄줄 암기하고, 일부 기업은 면접 시험에 시낭송 과목을 필수로 넣을 정도다.

‘시를 즐기는 사회’는 생각만 하여도 낭만에 젖어든다.

우리 사회가 정신적.문화적 성숙도를 높이며 갈등을 풀고, 상생과 공존하는 길이 있다.

시향(詩香)에서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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