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제주도지사 선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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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를 20일 남겨 놓고 제주도지사 선거가 진흙탕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혼탁, 혼란, 추악, 치욕 등등, 어떠한 저질스런 용어를 갖다 붙여도 할 말이 없는 선거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서로 물고 뜯고 치고 박고 비열한 싸움판일 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시쳇말로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제주도민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제주사회에서 소위 한가닥 했던 인사들이 유력 후보들에게 붙어 과거의 권력과 영광을 다시 한 번 쥐어 보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직에서 실.국장급 이상의 자리를 차지했던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유력후보들 진영에 수두룩하다는 점이 도민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려 보려고 하는 것일까.
이들이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주범이라는 사실은 도민들이 다 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공무원들도 유력 후보 진영을 기웃거린다.

인구 57만의 작은 사회에서 유력후보들과 전직 고위공직자들이 편 가르기를 하다 보니 공무원들과 도민들도 줄서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타 시도와 달리 제주에서는 ‘공천 부적격 판정’이나 ‘공천 박탈’이라는 멍에를 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도지사 선거 출마에 하등의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으로 출마하고도 도지사에 당선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가 잇따른다.

때문에 소위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정당 정치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우근민 예비후보는 성희롱 전력으로 민주당에서 공천 부적격자로 결정되자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현명관 예비후보도 자신의 친동생이 금품살포 혐의로 구속돼 한나라당 공천을 박탈당하자 12일 탈당계를 제출했는데 무소속 출마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희범 예비후보는 민주당 공천을 받았지만 단식 농성을 통해 공천을 받아 낸 것이어서 당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강상주 서귀포당협위원장도 12일 탈당계를 제출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참다못한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2일 논평을 내고 “성추행 논란.금권선거 의혹.단식농성...추악한 선거판...제주미래가 암울하다”며 도지사 예비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제주경실련은 특히 “불신으로 가득 찬 민심은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고 네거티브 선거전 후유증이 제주사회의 핵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선거가 끝난 이후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한탄했다.

도민들도 이 같은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21세기 새로운 10년 제주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갖기는 고사하고 깊은 한숨만 내짓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제주도지사 선거인가.

도지사 후보와 그들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이 지방권력을 잡기 위한 선거인가.

이제는 도민들이 나서야 한다.

도지사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도덕성과 진정성 등 인간적 면모들을 종합적으로 판단,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물론 이전투구(泥田鬪狗)의 도지사 선거판을 보면서 투표를 하고 싶지 않은 도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선이 없다면 차선’, 그마저도 아니라면 ‘최악이 아닌 차악’이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는 도민을 위한 선거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도지사 후보들은 지금부터라도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어야 한다. 관리가 나라의 주인이어선 안 된다”고 정약용이 정조에게 했던 고언을 뼈 속 깊이 새겨 주길 바란다.

<김승종 편집부국장대우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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