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멸하는 집어등, 꿈을 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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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현.박은형.김윤주 우수청년작가 문예회관 초청전

집어등이 전시장에 잔뜩 설치됐다. 수명 다한 집어등들이 와이어로 천장에 매달린 채 줄과 열을 맞춰 육면체 대열을 이루고 있다. 그 바닥에 거울이 설치돼 집어등 상이 맺히고 조명도 달려 집어등 그림자가 벽에 드리운다. 그리하여 현란하고 섬세한 빛의 향연이 연출된다. 점멸하는 집어등은 꿈을 꾸는가….

 

부지현(31)의 대표작 ‘휴(休)’가 문예회관 전시장에 나온다. 박은형(39).김윤주 작가(26)와 함께 제주도문화진흥본부 제주우수청년작가에 선정돼서다.

 

셋의 초청전이 14~19일 문예회관 제1.2전시실에서 열린다. 모두 넘치는 창작열과 투철한 작가의식으로 무장된 이들이다. 여성들이니, 섬세함도 관람 포인트다.

 

2008년 조선일보사의 아시아대학생-청년작가미술축제(아시아프)에서 실험정신이 돋보인 7명에 뽑혀 아시아프 프라이즈를 받은 부 작가의 ‘휴’ 연작은 시적 감흥을 자아낸다.

 

스스로 빛을 잃은 집어등들이 미학적 오브제로 거듭난 후 몽롱한 분위기를 연출, 보는 이의 영혼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내면을 정화한다.

 

박 작가는 달을 화면에 끌어들였다. 그녀는 서양화를 그리다 한국화로 전향한 이력을 살려 다양한 ‘크로스오버기법’을 적용한 점이 주목을 끈다. 서양화식 붓 터치와 명암법이 사용되고 철선묘는 생략되는 식.

 

‘시린 빛에 달을 바라보고 있으면 떠다니던 감정의 부유물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저 하늘의 달처럼 평온한 달이 내 마음에 환하게 뜨면 구름에 빠진 달처럼 사색에 젖어들고 달은 내가 되어 나를 바라본다. 고요 속에 달과 이야기하는 건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은밀한 고독을 맞이하게 한다.’(작가노트 중에)

 

김 작가의 회화는 인간심리를 성찰한다. ‘숨바꼭질’ ‘투명한 아이’ ‘표출’ ‘에고이즘’ 등 작품들은 제목이 시사하듯, 신체 일부를 없애 사람들의 심적 갈등이나 타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적 상태를 표현했다.

 

“그림 속의 사람은 관람객이 자신을 대입한 모습일 수도 있고, 타인을 관조하는 모습일 수도 있다.”

 

문의 (710)7631.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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