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월드컵축구대회는 끝났지만 감독들의 ‘투쟁’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월드컵이 끝나고 각팀들의 재편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월드컵 본선에 나섰던 팀 중 9일 현재 10여 개국이 대표팀 감독의 교체를 결정한 가운데 폴란드, 러시아, 슬로베니아 등이 일찌감치 새 감독을 선임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날 러시아협회가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올레크 로만체프를 대신해 발레리 가자예프 감독을 선임했고 한국에 패하며 허무하게 무너진 폴란드는 예지 엥겔 대신 자국 축구영웅 즈비그네프 보니에크를 선임했다.
또 처음 본선에 출전해 3전 전패의 쓴맛을 봤던 슬로베니아는 스스로 물러난 슈레치코 카타네츠 대신 1990년대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보야르 프라스니카르를 세웠다.
일찌감치 감독을 바꾼 이들 유럽 3팀의 공통된 경향이라면 외국인 감독 대신 국내리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았거나 명망이 높은 내국인을 감독으로 선임했다는 것.
이와 함께 조별리그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탈락해 1998년 챔피언의 명예에 금이 간 프랑스와 한국에 패해 귀국행 비행기를 탄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아직 신임 감독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역전의 용장’들을 교체하기로 했다.
이들 중 프랑스의 로제 르메르와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올리베이라는 용퇴를 거부했지만 결국 경질이라는 철퇴를 맞았고 카마초는 “인생은 연극무대고 이번에는 내가 퇴장할 차례”라는 명언을 남기고 스스로 물러났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한편 파라과이는 16강에 오르기는 했지만 70세의 노장 감독 세사레 말디니를 그의 조국 이탈리아로 돌려보냈고 전패탈락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도 각각 나세르 알 조하르와 보라 밀루티노비치에게 더 이상 지휘봉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공동개최국으로 목표를 초과달성한 한국과 일본은 기분좋게 전임감독과 석별의 악수를 나눈 경우.
한국은 4강신화를 달성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2년 유임을 건의하는 ‘예우’를 갖췄고 8일 PSV에인트호벤과 거액에 계약한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기술자문을 함께 맡겠다는 약속으로 화답했다.
또한 일본도 이번 대회 16강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아시안컵 우승, 컨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 등 재임기간 혁혁한 전공을 세운 필리페 트루시에와 모양새 좋게 이별한 가운데 브라질 출신의 지코와 새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