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들이 조금 젊어졌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추세대로 앞으로 총선 서너 번 치르면 당선자 평균이 20살 정도로 낮아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정치지도자와 의원들의 평균연령은 국내 상황과 사회추세에 따라 단진자처럼 약간 젊어짐과 늙어짐을 반복하게 마련이다. 인터넷선거의 장.단점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불과 얼마 전에는 텔레비전이 가장 큰 영향을 떨친다고 야단하지 않았던가. 그러한 것들이 싫으면 혼자 라디오 막걸리 선거로 돌아가면 된다. 그때도 문제는 많았다. 인간은 변화하면서도 그 단점을 줄이려는 노력도 같은 정도로 하고 있다. 변화를 너무 두려워 하지 말자.
변하지 않는 ‘정치’의 힘
이번 선거에서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정치’라는 것이 다시 입증되었다. 사실 국가의 모든 부문에서 정치부문만이 유일하게 강제력을 보유한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치 않다. 정치선진국일수록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당한 정도’이며 모든 사회조직의 인물들이 정치를 향해서 목을 내놓고 선망하지는 않는다.
당선자들의 면면을 보면 정말 한국사회에서 정치 이외의 영역에서 일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사람들이다. 학자, 언론인, 시민운동가, 학생운동가, 기업가, 갑자기 정당에 스카우트 된 인물 등등 대부분이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야 되는 때로는 비판도 해야 되는 영역에 종사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왜 최종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을까. 자기 영역이 정치만 못하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들은 정치인이 부족하기 쉬운 도덕적 권위로 정치를 비판해야 되는데 정치에 입문해버리면 누가 비판의 일을 할 것인가. 이미 자기분야에서 정치인 이상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들이 정치를 지망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정치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전문가와 정치인이 평등해야
정치의 밖에서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본래의 일을 놓아두고 직업 전환을 할 정도로 정치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인가. 본래 일을 하는 지속하는 사람은 우둔하거나 정치에 끼지 못한 낙오자인가. 사회는 특정부문의 전문가, 직업정치인 등이 서로 비판과 경쟁을 해야 되는데 정치를 비판해야 되는 부문에 있는 인물, 정치인 이상의 업적을 이루거나 이룰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이 정치에 입문해 버리면 결국 우리 사회는 전문인 집단이 정치인 아래에 존재하는 그야말로 정치가 모두에 군림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정치인 앞에서 학자, 언론인, 문화예술인, 시민운동가, 자기 분야의 최고의 장인 등은 고양이 앞에 선 쥐와 같아질 것이다. 정치인에게 줄을 잘서야 예산을 더 받거나 조직체의 명예직이라도 얻을 수 있는 정치에 의한 독점적 사회구조가 성립이 되고 있다.
한국사회가 선진국 수준의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증거는 정치 이외의 영역에서도 정치인 이상으로 공헌한 인물들이 정치인 이상으로 대접받고 힘이 센 사회이다. 한 가지 독자들에게 부탁드릴 게 있다. 제발 정치인들을 뒤에서 비난하면서 그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쥐같이 두 손으로 허리 굽히며 악수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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