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가로판형 책을 확 펼치니, 우측 장에 포근한 뭉게구름 아래 오름이 앵글에 포착돼 있다.
왼쪽으로 돌린 시선엔 운문이 읽힌다. 제목 ‘숲속의 사랑 12’. ‘저 산 너머/ 저 구름/ 어디로 가나/ 사랑을 싣고서/ 어디로 가나’.
사진은 고(故) 김영갑 작가, 시는 이생진 시인의 작품이다. 제주에 홀려 사진에 미쳐 바람처럼 살다간 김 작가의 5주기를 기념,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 ‘숲속의 사랑’을 펴냈다.
이 책은 1997년 김 작가가 ‘이야기가 있는 풍경’ 시리즈의 제1권으로 출간한 후 절판됐다 이번에 재출간됐다.
당시 그는 “육체뿐 아닌 정신에도 신진대사가 필요한데 현대인은 물질만능에 도취해 영성(靈性)개발에 무관심하다. 영혼의 갈증을 달래주려 ‘이야기가 있는 풍경’을 기획했다. ‘숲속의 사랑’은 미와 진실이 담긴 사진과 시, 에세이 등이 엮인 꽃다발”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 사진과 이 시인의 시 각 20편이 짝을 이뤄 책에 담겼고 김 작가의 수필 10편과 이 시인의 ‘김영갑 인물시’ 4편도 수록됐다.
이 시인은 도입부에 ‘김영갑 생각’을 새로 썼다. ‘(…)나는 시로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그대는 사진으로 시를 찍고 있었던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오름에 올라가 그대의 발자취를 읽고 있네.’
▲‘숲속의 사랑’ 시화전=책 재출간에 맞춰 지난 8일부터 6월 29일까지 두모악의 ‘두모악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 작가의 사진 25점과 이 시인의 시 20편 등이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갤러리 음악회’=제주도립 제주교향악단 현악앙상블이 29일 오후 5시 두모악 잔디마당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클래식과 민요를 선사한다.
양인자씨가 작사, 김희갑씨가 작곡한 ‘김영갑氏’를 김진권씨가 열창하는 특별 무대와 이 시인의 시낭송도 진행된다. 무료입장.
▲‘내가 본 이어도 2010’=생전 김 작가가 만끽한 ‘찰나의 황홀’을 추체험하는 답사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30일 오후 아끈다랑쉬오름에 올라 김 작가의 ‘창작순간’을 공유하게 된다.
문의 (784)9907.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