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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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가기 전에는 반드시 머리를 감아라. 이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둘째, 이발 도중에 졸면 안 된다. 조는 것은 이발사에 대한 ‘실례 중 실례’이기 때문이다.

셋째, 속옷은 깨끗한 것을 입어라. 그런 웃옷에 이발사는 상쾌한 마음을 지닐 수 있다.

넷째, 옆에 있는 사람과 잡담을 금하라.
내외통신이 북한의 대중잡지 ‘천리마’에서 인용한 주민들의 이발소 4가지 예절이다.

‘사람의 정신적.도덕적 풍모를 나타내는 머리 모양을 다듬는 곳이기에 예의와 도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발사는 거의 여성들이다. 남자는 호텔에나 가야 만날 수 있다.

▲남한에도 이발소 예절이 있었는지 확실치 않다. 다만 퇴폐 영업 행위는 끊이지 않는다. 합동 단속반에서 ‘규모에 비해 이발사 수가 적거나 아예 없는 곳, 여종업원이 많은 곳, 여종업원 옷차림이 선정적인 곳, 조명이 어둡고 칸막이 등이 설치된 곳…’ 등 단속 기준을 만들어 이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퇴폐 이발소가 근절될 조짐은 없어 보인다.

서울 등 대도시에선 CCTV 등 첨단 감시망을 갖춰놓고 단속반과 숨바꼭질이 예사다.

예전의 이발소 모습은 낭만과 추억이 묻어났다. 소시민들의 아늑한 공간이었다.

빨강.파랑.하양의 3색 줄무늬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돌아가는 이발소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리캉’ 양날이 잘 맞지 않아 머리털이 집힌 아이의 비명소리, 월남전 이야기하며 가운데 의자를 오래 차지한 채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는 마을이장 모습 등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이 같은 기대를 안고 제주시내 영화관에서 ‘효자동 이발사’를 감상했다. 평범하고 소심한 이발사가 우연히 대통령의 전속 이발사가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영화였다. 4.19와 5.16 등 격동의 한국 근대사 풍랑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끈끈한 정을 그린 휴먼 코미디였다. 하지만 효자동이 주는 ‘권력’과 ‘평범’이란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때문인가 왠지 허전했다. 우리네 이발소 풍경이 가슴에 와 닿지가 않았다.

배고프고 고단한 삶에 위안을 주던 ‘이발소 그림’과 ‘이발소 시’는 클로즈업되지 않았다.

밀레의 ‘만종’, ‘이삭줍기’, 눈덮인 산과 물레방아와 시냇물이 담긴 풍경화를 느낄 수 없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행복은 오리니…’를 읖조리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던 순간이 그립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화면 속 회상을 통해서 어릴 적 이발소 여행 기회를 준 추억의 영화이기도 했다.

미국 등에선 동네 이발소를 보존해 추억의 관광업소로 각광받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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