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조선족 위장결혼… 현주소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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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 꿈꾸고 '사례금'에 눈 멀어…

혼인절차 간소화後 브로커 활개
올들어 도내서 관련자 34명 검거


도내 남성과 중국 조선족 여성이 합의하에 실제결혼이 아닌 서류상 결혼을 하는 ‘위장결혼(僞裝結婚)’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는 20일 중국 지린성 옌지시에 거주하는 주모씨(42.여) 등 조선족 여성 4명과 위장결혼한 이모씨(48.제주시.노동) 등 도내 남성 4명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으며, 도주한 위장결혼 알선 브로커 김모씨(51.일명 김사장)를 쫓고 있다.

외사수사대는 붙잡힌 4명 외에도 또 다른 도내 남성 5명이 브로커 김씨를 통해 위장결혼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공짜 돈에 현혹=이번에 붙잡힌 이씨 등 도내 남성 4명(호적등본상 모두 미혼)은 브로커 김씨가 제시한 현금 300만원과 공짜 중국여행에 현혹돼 지난해 9월 16일 중국 지린성 옌지시로 가서 위장결혼을 했다.

외사계 직원은 “이들 4명은 일용직 노동자 2명, 기초생활보장수급자 1명 등으로, 하루 벌어 입에 풀칠하는 형편으로 현금 300만원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돈이며 특히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 현혹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붙잡힌 알선 브로커 ‘이사장파’의 경우는 ‘중국여행과 현금 400만~600만원’을 제시, 도내 남성 2명과 도내 여성 5명에 대해 조선족과의 위장결혼을 주선했다.

올 들어 경찰은 조선족과 위장결혼한 도내 남성 16명, 여성 12명 등 남녀 모두 28명을 붙잡았고 알선 브로커 2명과 모집책 4명을 검거했다.

조선족과 위장결혼한 도내 남성은 무직자, 일용직 노동자였으며 여성은 이혼녀, 술집 여종업원으로 공통적으로 돈에 현혹돼 브로커들의 검은 유혹에 넘어갔다.

▲깨진 코리안드림=지난달 20일 제주경찰서 외사계. 중국 랴오닝성 출신 조선족 이모씨(44.여)가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여기(한국)에서 더 일하게 해주세요”라며 눈물을 흘리면서 직원에게 매달렸다.

2001년 3월 진모씨(42.제주시)와 위장결혼한 이씨는 결혼 두 달 만에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갔으나 붙잡혔다.

위장결혼을 하기 위해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이웃과 친척에게 빚을 지면서 한화 1000만원을 마련했다는 이씨는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지 못해 빚을 못 갚게 됐다”며 애원했지만 결국 강제출국당했다.

위장결혼은 조선족 여성(신부)이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데, 그 경비는 최소 한화 1000만~1200만원이다. 브로커에게 주는 알선비, 한국인 남성(신랑)에게 줄 사례금, 중국 초청에 따른 비용, 서류 심사비 등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외사계 직원은 “중국에서 한국에 취업한 조선족은 성공한 출향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빚을 지는 것은 물론 상대 남성의 조건을 보지 않고 혼인귀화(위장결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탕주의=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혼기를 놓친 농촌 총각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일부 지자체까지 나서며 농촌 총각과 조선족 여성의 결혼을 성사를 추진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 성사까지는 당사자의 미혼.재혼 공증→중국 혼인신고→중국 결혼공증→한국혼인신고→중국 배우자 비자신청 등 복잡한 절차에 서류만 40여 개가 필요해 지난해 7월부터는 한.중 협의에 따라 양국 호적 관련 기관 혼인신고→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에서 결혼 비자신청으로 간소화했고 관련 서류는 40개에서 10개로 크게 줄였다.

과거 복잡했던 혼인절차는 위장결혼을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런데 간소화된 것이 브로커에게 ‘역이용’되면서 최근에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 붙잡힌 도내 남성 4명도 중국 옌지시 한 사진관에서 빌려주는 웨딩복과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과 공원에서 조선족 여성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으로 결혼식을 대체했고, 서로 미혼임을 공증서류를 통해 확인받는 등 간소한 절차로 위장결혼이 성립됐다.

브로커들은 위장결혼 성사시 적게는 건당 300만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한탕주의’에 빠져 구속에 이르는 처벌을 받는 위험부담을 알면서도 위장결혼할 도민들을 물색하고 있다.

여기에 정작 위장결혼 당사자들도 막노동을 하는 어려운 처지에 있고 초범이라는 점에서 사법당국에 적발돼도 비교적 관대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는 생각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검은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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