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마지막 소유(所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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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고운진>



어린 왕자와 봄에 피어나는 찬란한 들꽃들을 좋아했던 분 법정 스님. 물질에 집착해야하고 명예와 권세에 집착해야만 살아남는다는 생각을 가진 현세인들에게도 법정스님의 입적은 매우 큰 슬픔이었을 것이다. 마치 위안을 삼고 살아가는 마을의 거대한 당산나무가 잘려나가는 아픔과도 같았을지 모른다. 그 분이 입적이 잊혀져가는 이즈음 난 또 다시 법정을 생각한다.

그래서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다. 바로 30여 년 전에 쓰여진「 무소유」에 나온 어린왕자를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스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책이 아닌가? 이 동화에 감흥을 받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신뢰감과 친화력을 느낄 수 없었다고 실토한 책이었기에 감흥이 되살아날지 조바심을 앞세우며 다시 읽었다.

어린왕자와의 두 번째 만남에도 나는 큰 울림이 없었다. 감성적이지 못한 어른들에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잃어버리고 있는 것,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을 일깨워준다는 정도의 다소 국어 선생의 느낌으로만 다가왔다. 아쉬웠다.

각박한 삶에 동화되어 살아온 지가 얼마인데 그런 감흥이 있을까? 부끄러웠다. 스님의 죽비를 맞은 듯 혼미했다.

필시 마음으로 읽지 못한 나의 미천한 독서력에 기인하지 않았나하는 느낌마져 들었다. 하지만 난 분명히 마음으로 느낀 것이 있었다. 살며시 본 것도 있었다. 법정은 평생 무소유를 실천했지만 그는 분명 한 가지를 소유하고 돌아갔다고.

그건 바로 어린왕자다. 스님은 「무소유」에서 육신을 버린 후에는 훨훨 날아서 가고 싶은 곳이 꼭 한군데 있다고 했다. 의자의 위치만 옮겨놓으면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다는 아주 작은 별나라를 가고 싶다고 했다.

그 곳이 어디인가? 바로 어린왕자가 사는 작은 소행성이 아닌가?

그 작은 행성에 이젠 한그루의 장미와 어린 왕자만 있는 게 아닐것이다. 필시 법정이 어린 왕자를 안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제 스님이 그토록 좋아했던 봄꽃들이 스러지고 진초록의 계절이다. 이 계절에 명예와 소유욕을 벗어버리고 어린왕자를 만나 봄은 어떨까?

잠시 깊은 집착과 일상을 잊고 밤하늘의 별들을 천천히 바라보자.

진정 집착을 벗고 마음으로 별을 바라본다면 여러분은 어린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작은 소행성에서 어린 왕자를 품은 법정이 여러분에게 살며시 미소짓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행운도 얻게 될지 모른다.

어린왕자의 감성적인 마음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세상 진정 법정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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