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주도하는 엘리트문화의 전복을 꾀하는 ‘예술 테러세력’이 제주에 있다. 예술의 진정성이 교리이고, 권위.관습을 초월한 관계맺음은 활동전략이다. 소규모.저예산.무규칙 등은 지침 격이다.
이름 하여 창작집단 ‘뽐’. 이들의 정체는 제주출신 아마추어예술인들로 지난해 말 결성 후 활동반경을 확장 중이다. 지난 2월 총체적 문화예술제전인 ‘뽐 페스티벌’을 열고 존재를 천명했었다.
‘뽐’이 기성예술을 꼬집는 2번째 작전을 개시한다. 3, 4일 제주시 중앙로의 미예랑소극장에서 연극 ‘비 개인 밤에’를 공연해서다.
이 작품은 미국 메인주의 황량하고 신비로운 가상마을 올모스트를 배경으로 삶과 사랑을 유쾌하게 그려낸 존 카리아니의 원작 ‘Almost, Maine’의 제주버전이다.
살짝 엿보면, 비 갠 청명한 금요일 밤 서귀포시에서 쏴~ 폭포가 떨어지는 순간 마술 같은 일이 벌어지는 내용. 사랑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시종 무대를 관통한다.
원작의 미국 오프브로드웨이 공연 때 ‘젊은이와 성인을 위한 완벽한 데이트용 연극’이란 평가를 받았던 이 작품, 과연 제주에서 제주 예술테러단에 의해 재구성되면 어떤 맛을 낼까.
문재호씨의 연출의 변은 이렇다.
‘자신에 대해 말할 때 꾸밈과 허세를 못 벗어나면 그 말은 말이 되지 못한 채 미끄러져 버린다. 우리를 떠난 말이 다른 사람에게 말로 닿을 때 시라고 불린다. 우린 외치지 않는다. 단지 말을 하고 싶다. 온전한 말. 뻥치지 않고 그저 담백하게.’
공연시간 양일 오후 4, 7시. 입장료 1만원. 문의 010-7179-7333, 010-7670-2918.
<김현종 기자>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