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경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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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제주에 살면서 하루에 한 번 이상 들은 단어가 있다면 바로 ‘환경’이다. 신문방송을 통해서 그리고 각종 선전 문구를 통해서 매일 듣는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우리 제주도민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이란 우리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한자의 뜻을 풀더라도 환경(環境)은 ‘둘러친 곳’을 의미하고 영어로 보아도 Environment는 ‘주위를 에워싼 것’을 말한다. 내가 주체라면 내 주변의 공기, 나무, 기후, 건물 이런 것들은 모두 주체를 둘러싼 객체로서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환경은 주체와 객체가 있을 때 성립되는 개념이다. 따라서 주체를 무시한 완전히 객체만을 대상으로 환경운동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즉 인간이 우선이고 인간을 위한 환경이 필요한 것이지 인간이 무시되고 자연환경의 보존만을 논하는 환경운동은 환경을 고려할 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한 환경운동이라고 본다.

제주에 살면서 가장 손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자연환경의 우수성이다. 우선 숨쉬는 공기가 다르다. 출퇴근 길에 매일 접하는 푸르른 산, 철마다 달라지는 꽃, 그리고 넓지 않게 굽이친 길과 나지막한 돌담들을 나는 사랑한다. 이러한 제주의 자연이 제공하는 행복감은 내게 활력을 주고 업무의 피로를 덜어준다.

한편 제주의 인적환경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것에 비해 도시생활에서의 주된 환경요소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가 바로 나에 대한 객체로서의 환경이 되고,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모르는 사람 역시 환경이다. 슈퍼마켓에서 쇼핑카트를 밀고 가는 사람들, 연구실 밖의 복도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공동주택의 경우 위아래층에 사는 사람들 역시 환경이다.

첫째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소음이다.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옆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 같다. 관심만 가진다면 옆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훤히 알 수 있을 만큼 큰소리로 말하고, 부족한 것이 있어서 종업원을 부를 때는 고래고래 외친다. 물론 종업원도 문제다. 항상 손님이 있는 방향으로 바라보면서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종업원끼리 웃고 떠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은 연구실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교수나 학우들이 있다는 것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왁자지껄 소란을 피운다.

둘째로는 운전매너이다. 차를 몰고 가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 바로 서서 창문을 열고 정담(!)을 나눈다. 뒤에 차가 있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주차 역시 문제다. 다른 차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앞을 턱하니 막아놓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또 장애인 주차장에 사지육신이 멀쩡한 자가 차를 세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정신적 장애인’으로 간주한다. 어린이들이 오가는 놀이터 앞에도 아무리 주차금지 푯말을 붙여도 주차한다. 주행 중에도 다른 차에 진로를 알려주는 경우는 없다.

셋째로 내가 경험하는 환경은, 상도덕이다.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없는 물건을 구해다 줄 것을 요구하면 싫은 기색이 역력하고 친절한 말씨를 사용하는 고객은 뭘 잘못해도 이해해 주는 고객으로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제주의 청정한 자연환경에 비하여 인적인 환경여건은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여기에 익숙해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국제자유도시가 되고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오는, 더 잘사는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 부족함이 있다면 이제 청정한 자연을 보다 청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인적환경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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