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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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spy)는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마 미국 할리우드 영화인 ‘007 시리즈’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실제 벌어지는 스파이 활동은 각국의 운명을 바꾸고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첫 손에 꼽히는 스파이는 단연 독일의 미녀 첩보원 마타하리다. 그녀는 프랑스 장군에게 특별하게 접근해 동거에 들어간다. 신식 탱크의 설계도를 입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이 24시간 남을 때까지 금고의 비밀번호가 여섯 자리라는 정보만 알아냈을 뿐이다. 장군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금고에 매달려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다 금고 위 시계가 항상 9시35분15초에서 움직이지 않음을 주목한다. 오후 9시를 21시로 분석해 ‘213515’라는 숫자를 만들어낸다. 스파이 역사에 남는 ‘기적의 숫자’의 탄생 비화다.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익힌 병서는 2500년 전의 ‘손자병법(孫子兵法)’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등은 손자병법의 ‘용간편(用間篇)’을 ‘스파이 운용의 결정판’으로 인정한다. ‘용간’이란 간첩(스파이)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용간편은 그 고장 사람을 이용하는 향간(鄕間), 적의 관리를 이용하는 내간(內間),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 이중첩자인 반간(反間), 적진에다 헛소문을 퍼뜨리는 사간(死間), 정보활동 후 살아 돌아와 보고하는 생간(生間) 등 다섯 가지를 적시했다.

손자병법은 지피지기(知彼知己)하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로 시작해 전쟁에서 반드시 이기려면 간첩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로 맺었다. 그러나 지혜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간첩을 활용하지 못하고 명석하지 않으면 정보의 진실을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다. 도시 미묘한 말이다.

▲스파이의 본질을 밝힌 용간편은 오늘날의 정보활동 또는 첩보 전략과 다를 바 없다. 과거 냉전시대 스파이전의 초점은 정치와 외교였다. 그러나 냉전체제의 붕괴와 함께 국제적 경제패권주의가 급부상하면서 산업 스파이전으로 대체됐다. 첨단산업기밀과 방위산업기술 정보 등이 국가와 기업의 생존을 위한 보도(寶刀)로 떠오른 탓이다.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리비아 관계가 최대 위기다. 리비아는 한국대사관 정보담당관의 정보활동에 대해 간첩혐의를 적용해 추방했다. 북한과의 방위산업 협력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리비아측이 다른 방식으로 오해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 외교관이 이 정도의 정보 수집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4대 해외건설 시장인 리비아가 왜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일까. 과연 단순한 오해인지 참으로 미묘하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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