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우리의 외교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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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행해진 여론조사에서 보면 미국보다는 중국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이렇게 어느 한 쪽이 아니면 다른 쪽을 택하라는 이분법적 질의를 의도적으로 하면서 결과를 언론에 크게 보도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을 뿐만 아니라 국익에 대해서 너무나 지각없는 언론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 양대국은 제각기 한국에 대해서 너무나 중요하다. 어느 한 쪽을 버리고 다른 한 쪽을 택하는 그러한 단순한 이분법적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둘째, 또 보수진영보다 진보적 인사들이 더욱 중국과 가까워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보도되었다. 여기에서 보면 마치 ‘친미’는 의존외교를, ‘친중’은 자주외교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이 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외교에 대해서 아마추어식의 발상이다.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자주적이거나 또한 의존적일 수도 있다. 즉 한.미동맹관계를 자주적으로 운영하느냐 의존적으로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판단이 되는 문제이다. 이것은 중국과의 외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이 된다.

셋째,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다 같이 중국에 대해서 비합리적인 우호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이 된다. 그러나 냉철하게 양국의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의도를 비교해 보면 미국이 중국보다는 훨씬 투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중국보다 시민사회와 정부의 의도가 투명하여 친미와 반미를 할 수 있는 사항들이 명백히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 더불어 한반도에 대해서 어떠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불투명하다. 최근의 고구려

역사논쟁에서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장기적인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이 간다. 향후 남북한 통일문제에 대해서도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아직도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 종주국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주한 중국외교관들의 오만한 언행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단지 문화적 유사성과 지리적 근접성만을 가지고 감정적으로 중국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호감을 가지는 것은 사적인 관계에서는 좋은 일이나 외교관계에서도 그렇게 인식한다면 이는 너무나 감정주의적인 접근이다.

넷째, 중국과 지리적으로 너무 가깝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중국과도 친하게 지내야 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멀리 있는 투명한 강대국과 친하게 지내며 가까이 있는 불투명한 강대국과는 ‘不可遠이나 不可近(가깝지도 멀지도 않게)’하게 지내야 한다. 그래야 양쪽으로부터 국익을 다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코 미국에의 의존외교를 지속하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대해서 냉전시대와 같이 ‘이념적 집착’으로 미국 중심체계에 대해서 우리가 하나의 하위체계로서 ‘동일시’ 하려 하는 데서-조선 양반들의 중국에 대한 태도처럼-탈피하고 한.미동맹관계에 대해서 일종의 ‘도구적 접근’의 자주적 외교원칙을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외교를 다각화하기 위해서 중국, 러시아, 일본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수적임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제 더이상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식의 양분법적인 인식을 버려야 한다. 이왕이면 미국과 중국과도 다 같이 동맹을 맺고 친하게 지내자.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측면이 있으면 반미도 반중도 서슴지 말고 하자. 자신이 정서적으로 어느 한 쪽이 좋다면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그것을 국가적 차원의 외교관계에까지 연결시키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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