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쇄신 안 하면 미래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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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교수·인문교양학부>



6·2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던 한나라당이 7·28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한나라당은 예상을 깨고 8곳 중 5곳에서 승리했다. 더욱이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야권 단일후보를 상대로 큰 표 차로 승리했다. 여하튼 이번 재보선 결과로 그동안 한국 선거를 지배했던 몇 가지 통념이 깨졌다.

우선,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는 등식이 무너졌다.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완패했던 여당인 새천년 민주당은 이어진 8월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13곳 중 11곳에서 패배했다. 또한,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여당이 22곳의 재보선 중 한 곳도 이기지 못한 것과 비교한다면 한나라당의 압승은 이변임에 틀림없다. 둘째,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게 유리하다는 ‘투표율 법칙’도 깨졌다. 이번에도 35% 이상의 투표율이 나오면 야당인 민주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은평을(40.5%)과 충주(43.6%) 등은 40%대 투표율을 기록했음에도 한나라당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셋째, 야권 후보 단일화의 위력도 약해졌다. 투표일을 각각 2, 3일 앞두고 은평을과 충주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야당의 참패였다. 넷째, 재보궐 선거에서는 ‘정권심판론’이 ‘지역 일꾼론’을 압도한다는 법칙이 깨졌다. 다섯째, 지역주의에 기반한 텃밭 개념도 요동쳤다.

아무튼 이번 재보선 결과로 왕의 남자는 화려하게 귀환했으며, 민주당의 ‘56일 천하’는 쓸쓸히 막을 내렸다. 이런 선거 결과를 놓고 ‘민심이 두 달 만에 바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심이 변한 이유로 ‘민주당이 지방선거 압승 이후 승리에 도취되어 오만하고 안이한 공천을 했기 때문이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만 이뤄지면 여당에서 누가 나와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만이 치명적인 패인이었다.

그렇다면 민심이 진짜 바뀌었는가? 그렇지 않다. 민심이 바뀐 것은 없다. 반대로 민심은 일관되게 오만하고 독선적인 권력을 심판하고 견제했다. 다만 그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위험하고 불안한 승리’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쇄신 의지가 쇠퇴하고, 친이계가 파편화되며, 친이-친박 간의 ‘파국적 균형’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당장 예상 밖의 승리로 7·28 재보선 이전에 내놓은 한나라당의 쇄신 약속이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쇄신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는 계파 해체가 용두사미로 끝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2인자인 이재오 의원의 복귀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친이계를 마치 자석처럼 끌어당기며 결집시킬 개연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오히려 친이계는 ‘이상득-이재오-정두언’의 3각 체제로 재편되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대립하고 경쟁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의 승리가 불안한 이유는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임에도 불구하고 승리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야당의 오만함과 새로 선출된 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 진보 교육감들의 독선이라는 우연적 요소가 상승 작용해서 얻은 결과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승리는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못해서 얻은 반사이익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재보선에서 기대밖의 성과를 거뒀다고 해서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통해 확인된 것은 유권자들의 ‘열정과 환멸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고,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민심을 오판, 위험하고 불안정한 승리에 도취되어 쇄신과 변화를 멀리하고 또다시 오만과 독선으로 회귀한다면 어두운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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