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명절연휴 생각하니...즐거움보다 마음 부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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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씨(35.제주시 이도2동)는 최근 태풍 피해로 인해 치솟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과 함께 걱정이 앞선다.
추석을 앞두고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김씨로서는 얼마나 들지 모르는 차례 비용부담에 명절이 달갑지 않다.

지난해 3월 장남인 남편과 결혼한 후 시댁에서 추석과 설을 치른 박모씨(27.제주시 일도2동)는 음식 준비에서 집안 청소, 친척 등 손님 대접, 뒷정리까지 강도 높은 노동이 명절 연휴 하면 떠오르는 유일한 기억이다.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판 치러내야 할 일을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눈앞이 아찔하다”며 박씨는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다.

이들처럼 이 땅의 결혼한 여성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것이 바로 명절 스트레스다.
장보기에서 시작해 차례 음식을 준비하고 치우고, 친지들 뒤치다꺼리, 찾아오는 손님 대접까지 차례 준비의 대부분을 도맡아 해야 할 주부에게 명절은 공포의 대상이다.

그렇다고 남편들은 추석 연휴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다니는 직장의 형편이 좋아 추석 보너스가 두둑할 경우 사정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제수용품 준비와 웃어른 선물 준비에 얇아진 지갑을 쳐다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여기에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아내들의 짜증 ‘불똥’을 피하기 위해 외출해도 편치 않고 집에 있어도 눈치보느라 연휴 기간 편히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다.

명절 나기가 괴로운 이들은 비단 결혼한 부부들뿐만은 아니다.
혼기를 놓친 처녀.총각들도 일가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를 무슨 핑계로 피할지 고민해야 한다.

명절 때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집.장가타령’을 듣노라면 초라해지다 못해 비참한 심정까지 생긴다.

직장 생활을 10년째 하고 있는 고모씨(31.여)는 “친척들이 모이면 ‘왜 시집을 가지 않느냐’는 잔소리가 빠지지 않는다”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집타령 화살을 피하기 위해 추석 당일 직장의 일직을 일부러 자청했다.

최근 한 인터넷업체가 전국 20~30대 미혼 남녀 4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추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32.8%가 ‘결혼하라는 웃어른의 잔소리’를 꼽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미혼 남녀의 심적 고통을 입증했다.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다른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자녀들 역시 추석 연휴 귀향길이 고생길이 되기는 마찬가지.

항공편 예약 전쟁을 치르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4인 가족이 고향을 찾을 경우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50만원 가량의 비행기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또 모처럼 웃어른을 찾아 뵙는데 빈손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선물을 준비하다 보면 만만치 않은 지출은 감내해야 한다.

이처럼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며 큰 홍역을 치러야 하는 추석 연휴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민족 최대의 명절’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들의 이해와 지혜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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