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을 자살로부터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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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시인>





한 나라의 건강 문제를 알아볼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지표는 사망 자료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수준을 높이고자 하면 가장 먼저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을 알아보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의 사망 원인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10∼30대 사망 원인 1위는 모두 자살이다. 결국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살이며,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살은 오래도록 10대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했으나 2008년부터 1위로 뛰어 올랐다. 조사에 의하면 15∼24세 청소년의 8.9%는 지난 1년 동안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들이 자살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로 15∼19세는 51%가 성적과 진학 문제였고 13.6%는 외로움과 고독을 꼽았으며, 10.1%는 가정불화, 8.8%는 경제적 어려움, 6.6%는 친구와의 불화였다. 이에 반해 20∼24세는 22.6%가 직장문제, 21.8%가 외로움과 고독, 18.5%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거의 한 가지다. 가정이든 학교든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것인데, 부모와 학교 모두 만족할 만큼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1%도 안 될 것이다. 더구나 그 1% 학생도 실은 그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게 틀림없다. 필자도 기억난다. 고 3 가을, 대학입시에 실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 때 자살을 떠올리며 두려워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자살을 생각한다고 해서 자살을 다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가 지금은 마치 수준 낮은 입시학원화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청소년 시기에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간도 물론 확보해야 하고, 자살이나 흡연, 음주, 성 문제를 토론하는 시간도 필수교과 과정으로 확보해야 한다.

청소년 자살이 안타까운 이유는 이들이 인생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겪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실은 전체 인생에서 극히 일시적인 일이며 언젠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괴테도 젊은 날 실연을 겪었고 자살의 충동에 시달렸지만 그 고통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을 썼고 소설의 주인공은 자살했지만 괴테는 살아 남아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실연당했을 때 그게 인생의 마지막이며 자신은 절망에 빠졌다고 굳게 믿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인생이 그게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충동적 자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자살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했을 때 언론들은 온정주의로 일관한다. 자살이 결코 바람직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료 연예인이나 가족들의 말을 인용하여 한결같이 “고통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지내라”는 메시지를 전하거나 아니면 “오죽 힘들었으면 자살했겠느냐”는 식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보도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얼마나 긴지, 그리고 지금의 고통이 순간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살을 시도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망으로서 생명의 전화나 희망의 전화와 같은 마지막 라인을 남겨두어서 그들이 자살을 결심할 때 마지막으로 매달릴 곳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가족의 사랑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이 자살하면 그 부모는 한결같이 “다시 살아오기만 한다면 이젠 공부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잘해주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미 자녀는 떠나가고 없다. 어린 시절부터 만들어진 가족과의 애착은 청소년 시절의 방황을 다 막진 못하겠지만 방황의 시간을 줄일 것이고, 방황의 범위를 좁힐 것이며 자살의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살은 그만큼 두려운 것이기 때문에, 세상에 아무도 나를 이 고통에서 구해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내 생명의 끈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지구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사랑하고 구해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젊은이들이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한 명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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