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압산소 치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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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해군 잠수함 구조함인 청해진함에 설치된 ‘챔버’(함상감압실.DDC) 안.

안덕면 화순리와 대정읍 하모리 해녀들이 청해진함에 승선, 잠수병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해저 5m 수심의 압력을 넣은 챔버에 들어서자, 해녀들은 이내 귀가 먹먹해지고 미간이 찌푸려진다. 동승한 잠수사들이 손으로 코를 막고 숨을 힘껏 쉬어 귀로 공기를 내보내는 ‘펌핑(Pumping)’을 계속하라고 한다. 겨우 수심 5m의 압력을 받았을 뿐인데, 귀가 쨍쨍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 머리가 멍해진다. 챔버조정실의 지시에 따라 몇 차례 감압과정을 거쳐 챔버 밖으로 나온다.

▲챔버 안에 들어갔다 나온 해녀들은 “막혔던 귀가 뚫렸다”거나 “어깨와 무릎통증이 거의 없어졌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10m 넘게 잠수하는 해녀들에게 수압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물에서 빨리 올라 올 때 체내 질소가 혈관에서 기포현상을 일으켜 잠수병에 걸린다고 한다. 이처럼 제주해녀들은 고질적인 잠수병을 안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챔버의 감압장치는 해군해난구조대(Ship Salvage Unit.SSU)의 심해잠수사들을 공기 색전증, 관절통, 근육통 등 치명적인 잠수병으로부터 지켜주는 첨단장비다. 해군해난구조대의 주요 임무는 조난선박과 인명구조활동, 항만의 수중장애물 제거 등이다. 1997년 강릉 앞바다에 좌초한 북한 잠수함과 1998년 동해 앞바다에서 발견된 잠수정을 잇달아 인양, 주가를 높인 특수부대로 수중폭파 침투 등의 임무를 맡고 있는 UDT와는 별개다.

▲“이여싸나 이여싸나/우리 부모 날 낳을 적에/무슨 날에 날 낳았는고/한쪽 손에 테왁 들고/한쪽 손에 빗창 들어/한치 두치 내려가니/龍王 차지 내 차지네/내려갈 땐 눈물이요/올라 올 땐 한숨이네.”

제주 해녀들은 깊디 깊은 물속에서 물질해야만 사는 고달픔을 이렇게 노래했다. 타고난 사주팔자라고 생각하면서 용왕 차지인 깊숙한 물속으로 한치 두치 내려갔다. 제주의 해녀들은 재래식인 ‘물옷’을 입고도 22m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청해진함의 챔버 기능을 갖춘 고압산소 치료실을 운영하는 곳은 여러 군데 있지만 정작 제주에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한다. 고질적인 잠수병을 안고 사는 제주 해녀들을 위해 이 같은 치료시설에 대한 도내 지자체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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