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소를 위한 몇 가지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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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승 APEC기후센터 소장 >



최근 대통령은 사회 통합의 근본은 소통이며 통합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가운데 함께 나아가는 것이라면서 국무위원들이 소관 업무의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소통을 강화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정책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 관리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고위공직자들이 정부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현재 심각한 수준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앞으로 정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의 사전 예방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우리는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길거리의 법 질서가 무시되고 이웃 간의 반목으로 지역공동체가 붕괴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수립한 정책의 추진이 수년 간 지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책의 수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례가 발생하는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과거의 예를 보자. 서울~부산 간 경부고속철도의 건설 구간인 천성산 터널 공사가 일부 환경단체와 종교계의 반대로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약 2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기관은 추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부안의 핵폐기물 매립지 건설, 평택 미군기지 이전, 임진강 유역 홍수방지를 위한 한탄강댐 건설, 4대강 사업, 세종시 건설 등 나열하기조차 어려운 많은 사례들이 사회적 갈등으로 정책이 확정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추진이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진 경우이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하여 우리 사회가 지불하는 보이지 않는 비용은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한다. 또 상호 신뢰 상실과 반목으로 인한 손실은 국가의 장래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의 6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이 매우 심각하다고 답변하였다. 또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27개국 중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연구소는 사회적 갈등의 해결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갈등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책 갈등의 원인 제공자는 정부이다. 따라서 정책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한 약 50년 전에 일부 공무원과 관변 학자 등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한 국가정책 수립과 추진이 가능했던 이유는 경제 규모가 매우 작은 반면 정부가 대부분의 자금과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들은 빈곤의 해결을 위하여 정부 정책에 부분적인 불만이 있어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기업의 전문성 및 역할이 확대되며 민주화가 진전된 상황에서는 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도 변화해야 한다.

정책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이 매우 중요하다. 투명한 정책 수립 과정은 사회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정책에 관한 논의에 초대되어 필요한 경우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절차를 의미한다. 정책수립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는 공무원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전문적인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동시에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한 이해 당사자들은 정책의 필요성과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할 기회를 갖게 되며, 정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하여 자신들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인지함으로써 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투명성은 정책의 성과가 일부 특정 이해 당사자, 또는 지역에 편중될 우려를 해소할 수 있으며 동시에 공무원의 부패를 방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만약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이 실현되지 못하고 정부, 또는 일부 힘 있는 이해 당사자의 주장에 따라 정책이 수립될 경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사회적 갈등은 지속적으로 발생될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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