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어느 날 아침 일찍 시장에 있는 ‘금방’으로 가서 그 곳에 있는 금을 몽땅 훔쳤다.
그런데 시장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그만 붙잡히고 말았다.
시장 관리인이 그에게 “사람들이 그 곳에서 그대를 보고 있었는데도 왜 남의 금을 훔쳤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금을 가지고 갈 때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금만 보였다”고 대답했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라고 전해지는 열자(列子겤풔?열어구)의 8권 8편 중 한 편인 ‘설부편(說符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전한(前漢)의 왕족이었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자신의 집에서 기숙하는 문하생들의 도움을 받아 저술한 ‘회남자(淮南子)’라는 서책의 ‘설림훈(說林訓)’편에도 의미가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축수자목불견태산 기욕재외즉명소폐의’(逐獸者目不見太山 嗜欲在外卽明所蔽矣:짐승을 쫓는 사람의 눈에는 큰 산이 보이지 않는다. 즐기고 욕심냄이 밖에 있으면 곧 밝음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자신의 재신임-퇴진 문제와 연계시킨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중국 고전에 ‘축록자 불견산’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에 집착한 나머지 국정은 안중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가 인용한 ‘축록자 불견산’은 중국 남송의 선사였던 허당의 어록을 정리한 ‘허당록(虛堂錄)’의 일부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하며(逐鹿者不見山), 돈을 움키는 사람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攫金者不見人)’는 글귀에서 나온 말.
김 대표가 인용한 ‘축록자 불견산’이나 ‘설부편’, ‘회남자’에 나오는 이야기 등은 모두 ‘한 가지 일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은 다른 일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 요즘 신문이나 방송 등의 보도를 보면 그 말들이 딱 들어맞는것 같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민생문제부터 둘러보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 정치인 등은 ‘수도이전’만 들먹이고 있으니 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